[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다중인격, 즉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책,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의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많이 소비된 만큼 신선함이나 작품성, 재미를 주기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뮤지컬 '인터뷰'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음악에 있다.
뮤지컬 '인터뷰'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
뮤지컬 '인터뷰'(연출 추정화)는 인터뷰를 통해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소년 '싱클레어 고든'과 그를 인터뷰하는 '유진 킴', 의문의 사고로 죽은 18세 소녀 '조안 시니어'가 등장해 두 시간의 공연을 촘촘하고 치밀하게 펼쳐낸다.
공연은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유진 킴'의 사무실에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고든'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보조작가 지원 면접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조금씩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급기야 10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에 초점이 맞춰진다. '싱클레어 고든'은 소설의 실제 모델이 '조안 시니어'라 추측하며 '유진 킴'이 사건의 범인이라 주장한다.
뮤지컬 '인터뷰'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
두 사람의 신경전은 단숨에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대사, 몸싸움, 사건의 전개가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면서 한순간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드러나는 것은 '싱클레어 고든'이 다중인격자이며 그의 실제 이름은 '맷 시니어', 피해자 '조안 시니어'의 동생이라는 점이다. 조각난 그의 기억을 맞추면서 '싱클레어'에 이어 '맷', '노네임', '지미', '앤', '우디' 등 숨겨졌던 여러 인격체가 등장한다.
작품은 '누가 살인자인가'보다 '왜 살인을 했는가'에 더 집중한다. '맷'이 '싱클레어'로 살아가며 여러 인격체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드러낸다. 다중인격에 흔히 따라오는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다뤄 메시지가 신선하지는 않다. 다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매우 세련되고 치밀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 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뮤지컬 '인터뷰'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
2% 아쉬운 점은 배우들의 열연이 모두 채운다. 성격도 목소리도 말투도 다른 인격들을 연기하는 '싱클레어 고든' 역의 김재범은 말할 필요 없이 최고다. 조금씩 이야기를 쌓아가다 점점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그의 연기는 무조건적으로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빠져들게 만든다. '유진 킴' 역의 이건명 또한 위태롭고 불안정한 '싱클레어'를 대신해 극을 이끌어가고 중심을 잡아준다. '조안 시니어' 역의 김수연은 두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에 균열을 만들거나 환기를 시키며 비극에 비극을 더한다.
시작부터 함께하며 이제는 '인터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피아니스트 강수영의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 속 모든 넘버의 반주뿐만 아니라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배우들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뮤지컬 '인터뷰'는 오는 9월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