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보험설계사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는 고용보험 의무화가 되려 설계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보험사가 저능률 설계사를 해촉하고, '고능률 설계사' 위주로 영업 조직을 정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정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 설계사는 특고(작년 47만9292명) 중 70%(34만2883명)에 달한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이 정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에 설계사 채널 운영비용 증가는 부담이기 때문. 보험사가 추가 부담해야할 고용보험료만 연 435억원으로 추산된다.
향후 고용보험에 추가해서 산재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 등 4대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가능성을 보험사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연간 6000억원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예측한다. 설계사 복지가 정규직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까지 더해지면, 비용 부담은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나아가 보험사에 특고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최근 논의에 속도가 붙은 문제다. 업계는 설계사가 노동3권을 앞세워 수수료 협상 등에서 우위를 확보, 경영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이 같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사들은 영업성과가 떨어지는 '저능률 설계사'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저능률 설계사는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이들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설계사 중 30%(5만7624명)가 이에 해당한다.
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에 대한 비용 부담은 법인보험대리점(GA)도 짊어져야할 문제다. 따라서 GA도 고능률 설계사 위주로 영업조직 재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보험사, GA 모두 설계사 감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
이 탓에 당사자인 보험 설계사들도 고용보험 의무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설계사들에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800명)의 38%가 반대했다.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입장도 45.5%로 찬성(16.5%)을 크게 앞질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보험사는 영업실적이 좋지 못한 저능률 설계사를 대거 해촉하고, 고소득 설계사 위주로만 조직을 운영하려고 할 것"이라며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채널 규모가 줄어드는 것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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