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신용카드사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잇따른 수수료 인하와 대출 최고금리 인하, 조달금리 인상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 소득공제율을 앞세운 '서울페이'가 등장하면 카드사를 더 위협할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76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352억원 대비 32.8% 감소한 것.
문제는 앞으로의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방침을 천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0% 수준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페이' 도입과 함께 이용자에게 소득공제율 40% 혜택 제공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일 은행계좌 기반 모바일 직불서비스 추진을 선언해 정부의 카드수수료 0%' 목표에 힘을 보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등 대출 금리 적정성·영업 관행 등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사실상 고금리 카드론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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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일반가맹점 수수료율 최고한도가 현 2.5%에서 2.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은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재산정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추가 수수료 인하가 적용되면 카드업계 영업수익이 5000억~7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면서 "또 정부가 서울페이 소득공제율 40% 받아들일 경우, 파급력이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클 전망이다. 내년 카드사 영업수익이 상당수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달비용 부담 증가로 대출환경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통상 3년 단위의 카드채 만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2016년 저금리 조달 채권 만기가 내년에 도래해 조달비용은 더 올라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카드 3년물 조달금리는지난 2016년 연 2.1%에서 올해 연 2.5~2.6%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 채권 발행금리는 연 2.20%에서 연 2.70%로 올랐다.
시중은행의 오토론 확대로 돌파구마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안주영 미래에셋대우 필수기반산업분석팀 선임연구원은 "그 동안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돼 자동차 할부금융을 늘리며 수익을 보존해왔다"면서 "하지만 은행이 자동차대출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카드사들이 오토론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조달비용 증가로 카드론 수익성까지 나빠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중은행의 자동차대출 금리는 연 3.5~3.9% 수준으로 캐피탈사보다 0.5%p 낮다. 그 결과 지난해 1분기말 1조5283억원에 불과했던 우리·신한·국민·KEB하나은행의 오토론 대출잔액은 작년말 2조5623억원까지 급증했다.
◆ "신용등급 강등 우려...4월부터 카드채 매수자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카드사들의 향후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인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카드 발행 채권에 대해 작년까지 AA(안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올해부턴 AA(부정적)으로 하향조정 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신용카드사를 둘러싼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핀테크 지원의지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카드사의 영업기반을 위협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수익성을 지지했던 조달금리 하락 효과도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내년 카드사들이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가 나왔다.
채권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카드사들이 영업이익 부진이 이어지면 신한·삼성 등 상위 카드사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내년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지난 4월부터 카드채 매수 자제를 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드사의 악화된 영업환경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 악화가 빨라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신용도에 부담이 된다"고 경고했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카드채의 경우 비우호적 영업환경과 수익성 부진 등 펀더멘털에 있어 우려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연초 이후 약세폭이 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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