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까지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달러화가 독주하고 있다.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가 번지면서 파운드화도 가파른 하락을 보이면서 달러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강달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 혼란과 경제 위기 속에 신흥국 통화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해당 지역의 주가 약세 역시 달러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무역전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달러화 매수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는 최근 6개월 사이 주요 통화에 대해 5.9%에 이르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및 EU를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를 시행한 시기와 일치한다. 중국 위안화와 달러화의 상반된 움직임에서 보듯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판단이 달러화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파키스탄과 터키, 이란, 러시아 등 신흥국 전반에 걸친 적신호에 관련 통화가 급락하면서 달러화 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제재 움직임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면서 이날 장중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화에 대해 1% 가까이 하락, 2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이미 사상 최저치로 밀린 터키 리라화도 추가 하락했다. 장중 한 때 달러/리라 환율은 5.4787리라까지 뛰었다.
터키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을 10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격적인 매도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파운드와 유로 등 선진국 통화의 부진까지 가세, 달러화 상승 열기를 더하고 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노 딜’ 브렉시트에 본격 대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파운드/달러는 1.2842달러까지 밀렸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약 1년래 최저치로 밀린 셈이다.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화 이외에 안전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ING는 보고서를 통해 “어떤 통화도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과 관세 전면전을 벌이는 중국의 위안화와 미국 제재에 하락 압박을 받는 루블화 및 리라화는 물론이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탈리아 및 영국의 정치권 혼란까지 곳곳에 악재”라고 주장했다.
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폴 마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무역 마찰이 고조될수록 달러화는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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