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한진그룹의 ‘위장계열사’ 및 고종·이종사촌 관련 혈족의 주식소유가 드러나면서 조양호 회장을 향한 부당지원‧사익편취 조사가 탈력을 받게 됐다. 누락 친족 62명과 연관된 계열사 주식소유 및 위장계열사 부당지원 여부, 진에어 경영에도 손을 댄 정황 등 조양호 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재벌전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등 위장계열사와 친족 주식소유가 드러나면서 관련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날 공정위는 총수일가 소유 대한항공 납품업체 등 4개사를 계열사에서 누락하고, 친족 62명의 주식소유도 숨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고발을 결정한 상태다.
한진 측은 ‘숨길 이유도, 고의성도 전혀 없는 행정착오’라며 실무자 탓으로 돌렸지만, 조 회장이 알고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수백억원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07.05 yooksa@newspim.com |
공정위 관계자는 “2003년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된 조양호 회장은 현재까지 15년 넘게 지정자료 제출을 하면서 ‘이 회사가 계열회사가 된다’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제 진술을 보면 지정자료 제출 때 조 회장이 꼼꼼히 설명을 받고 하나하나 확인한 뒤 자필서명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별도 인감을 날인을 했다는 진술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종합해보면, ‘지정자료와 관련해 인식이 없었다’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를 더욱 뒷받침하는 내용으로는 조양호 회장의 사전 결재 방식이다. ‘그룹위임전결규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진그룹으로서는 200만원 이상의 판촉비 등 지출사항이 발생할 경우 모두 조 회장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는 점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총수들이 보고를 받는 대신 결제를 하지 않는 관행에 비춰보면, 조 회장은 그룹 세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가 추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곳은 진에어다. 대표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진에어에 조 회장이 직접 결재하는 등 관련 문건도 국토교통부로부터 건네받은 상황이다.
지난 5월 국토부는 진에어 내부 문서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결재 사인을 발견하는 등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총수일가 소유 대한항공 납품업체 등 계열 누락회사 [출처=공정거래위원회] |
공정위는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진에어에 직책상 결정권이 없음에도 결재를 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조 회장이 직접 ‘주요 의사결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등을 자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처남 소유의 위장계열사를 이용한 부당지원 여부도 중점 대상이다. 태일통상·태일캐터링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거래가 사실상 100% 규모다.
처남 소유의 청원냉장도 태일캐터링을 통해 거래하는 등 대한항공에 간접적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비행편을 통해 물류 운송 거래를 하는 세계혼재항공화물도 연간 200억원 정도의 화물거래액이 파악되고 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올해 초 관련 부분들을 인지해 일제조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이 확인된 부분”이라며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조사가 진행 중으로 추가적인 부분들은 진행경과에 따라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4곳은 추가로 부당지원이나 일감몰아주기 부분들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인 형태 외에 나머지 부분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진행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입증이 관건”이라며 “연내 조사 결과와 발표까지 나올지는 확답할 수 없다. 면밀히 봐야하는 관계로 조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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