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본업과 무관한 ‘제약·바이오’에 출사표를 던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조명생산, IT, 솔루션 등 다양한 상장사들이 제약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단행,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 “포스트 반도체를 찾아라”…바이오산업, 미래 먹거리 ‘부상’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약 40여개 기업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진행중인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기업들 중에 바이오 시장에 뛰어드는 곳이 늘고 있다”며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등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사실상 신사업으로 투자할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투자중인 곳은 IT서비스 유통기업인 동양네트웍스. 지난 5월 우리나라 기업 중 최초로 독일 상장 제약사 ‘메디진(medigene)’ 지분 6.72%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메디진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를 위한 수지상세포(DC) 백신 임상 2상, T Cell Receptor(TCR)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용 UI·UX 기술력 시장 점유율 1위 소프트웨어 기업 투비소프트는 의약품 제조 전문기업 에이티파머와 손잡고 알로페론에 대한 연구 및 상용화를 진행중이다. 알로페론은 곤충에서 유래된 면역펩타이드 물질이며, 뛰어난 항바이러스, 항염, 항암 효과로 2006년부터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바이오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뒤 회사명까지 바꾼 사례도 있다. 개인정보솔루션 업체 ‘닉스테크’는 ‘바이오닉스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자동차브레이크 부품 생산 기업 이젠텍은 ‘에이코넬’로, 소방차량 생산 기업 ‘이엔쓰리’는 ‘나노메딕스’, 무선통신장비 제조사 ‘태양씨앤엘’은 ‘케이디 네이쳐 엔 바이오’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 대기업도 못이룬 제약·바이오 꿈…신약 개발 '먼 길'
시장에선 본업과 무관한 기업들의 갑작스런 바이오 진출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경우 상장 후 임상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입한 회사들과는 달리 돌아갈 곳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본이 오랜 기간 들어가기 때문에 새롭게 뛰어든 기업도 사업 투자를 분산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총 2~3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 중에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의약품 하나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높은 주가를 유지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앞서 CJ그룹을 비롯해 한화와 아모레퍼시픽, 롯데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제약산업에 진출했지만,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포기를 선언한 곳들도 많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 시판을 목표로 개발하는 신약은 ‘글로벌 임상 3상’이 필수다. 임상 2상까지 투자해왔던 R&D 비용의 5~6배, 5000억~1조원까지 투입되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매출액 1위가 1조4520억원(유한양행)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뤄내기 힘든 과제인 측면이 분명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탑3 매출을 하고 있는 제약사도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기술이전을 선택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인내해야 하는 십수년의 시간, 막대한 자금 등을 감당 못해 의약품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잭팟을 기대하고 뛰어들기에 관련시장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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