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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약·바이오 기업에 또 경고… 업계는 '한숨'

기사등록 : 2018-08-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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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공시 강화엔 동의하지만 '정도껏' 해야
기업 신뢰성 도마 올려 투자 위축되게 하지 말아야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시내용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하며 관련 규제 강화를 추진하자 해당 기업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공시를 강화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다는 지적이다. 올 초부터 연구·개발(R&D) 회계처리 문제 등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뢰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표=금융감독원]

◆금감원, 투자위험요소 공시 강화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63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현행 공시로는 산업의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어렵다고 전날 발표했다. 또 기업들이 임상 실패 및 개발중단 사실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올해 3분기부터 제약·바이오 기업의 투자 위험 요소 공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신약개발의 낮은 성공확률, 핵심 연구인력들의 주요 이력 및 성과, 기술이전 계약 시 계약구조 등을 면밀하게 공시해야 한다. 개발하는 신약과 비슷한 약을 연구하는 경쟁사가 있으면 이에 대한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도 금감원의 공시 강화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바이오 사업에 뛰어드는 상장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만큼, 투자자 보호와 옥석 가리기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금감원의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미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요구할 때 정보를 공개하는 만큼 국내에도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제약·바이오 기업 "금감원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금감원의 공시 강화 정책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바이오 업체의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나 바이오 업체 중 자신들의 신약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변경할 때마다 공시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업 전략 등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도 제약·바이오 기업이 임상시험을 아예 중단하거나 조기 종료하는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보고하지만, 원래 계획보다 임상이 늦어지거나 환자모집 등으로 인해 임상시험을 일시중단하는 경우 이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

기술이전에 대한 공시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난색을 보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이 비상장 외국계 기업인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가 까다롭다"며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의 경우 분야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금감원의 정책이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R&D 회계처리 등 이슈 계속 발생…"투자위축 우려"

올해 초 제약·바이오 업체의 R&D 비용 회계 처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 또 이번 공시 강화 같은 정책이 나오자, 업체들은 제약·바이오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 비용을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했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분기부터 업체들은 부랴부랴 R&D 비용을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했다. 바이로메드, 코미팜 등 일부 기업은 이에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B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R&D 회계 이슈, 공시 강화 등으로 인해 마치 제약·바이오 기업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 억울하다"며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R&D를 위해서라도 투자가 절실한데 자금조달이 힘들어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말 제약·바이오 육성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제약·바이오 투자가 위축되면 기업은 R&D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업체들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부문인 건강기능식품, 화장품과 같은 부대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체 상장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회계·공시 문제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업체들도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금융당국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k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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