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포항 보경사 비로자나불도'와 '평양성도 병풍' 등 조선시대 회화 2점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보물 제1996호 '포항 보경사 비로자나불도'는 1742년(영조 18년) 조선 후기 경상도에서 활동한 세 명의 불화승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그린 작품이다. 높이 3m에 가까운 대형 삼베 바탕에 붉은 물감을 칠한 뒤 인물과 의복 등을 흰색 물감으로 그린 불화이다.
보물 제1996호 포항 보경사 비로자나불도 [사진=문화재청] |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문수보살, 보현보살과 사천왕상 등이 둥글게 에워싼 원형 구도로서 비로자나불은 주존불로 배치한 불화 중에는 이 작품이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한다.
붉은 바탕과 백색의 섬세한 필선과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화려한 장식 문양 등이 어우러져 시각적인 오묘함과 조화로움이 돋보이며 제작 시기와 제작자가 뚜렷해 조선 후기 불화 연구의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물 제1997호 '평양성도 병풍'은 조선 후기 화려했던 평양의 모습을 가로 4m에 이르는 자대한 8폭 화면에 집약적으로 표현한 '전도식 읍성도'다. 참고로 전도식 읍성도 중에서는 전주를 그린 '완산부지도'가 보물 제1876호'로 지정된 바 있다. 전도식 읍성도는 읍이나 성 안에 있는 마을을 내려보듯 펼친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보물 제1997호 평양성도 병풍 [사진=문화재청] |
평양은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에 대비돼 '서경(西京)'으로 불릴 만큼 한강 이북의 지리적 요충지로서 중요하게 여겼을 뿐 아니라 자원이 풍부하고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경제·문화적으로 번영한 도시였다. 이러한 이유로 평양은 조선시대 읍성도에 가장 자주 등장했다.
'평양성도 병풍'은 도시의 전경을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배치하고 화면 윗부분에는 멀리 보이는 북쪽의 능선을, 화면 아래에는 평양성을 에워싸듯 흐르는 대동강과 그 주변의 섬인 양각도와 능라도 등 강변의 풍경을 묘사했다.
병풍의 중심에 해당하는 제2~4폭에는 성벽에 둘러싸인 평양의 도시적인 모습을 원근법에 가미해 공간의 느낌을 감각적으로 표현했고 주요 관청과 명승지 부근에 반듯한 한자로 명칭을 써서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실재감이 느껴진다.
평양성도 병풍에 그려진 애련당(좌)과 장대(우) [사진=문화재청] |
아울러 이 작품에는 1804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890년 중건된 대동강 주변의 애련당과 장대가 묘사됐고 19세기에 유행한 밝고 짙은 청색을 혼용하지 않고 녹색 위주로 처리한 방식, 명암이 거의 없는 건물 묘사와 인물이 표현되지 않은 예스러운 화법 등을 근거로 제작 시기를 18세기 후반기까지 올려볼 수 있으 현존하는 평양성도 중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으로 추정된다.
'평양성도 병풍'은 작품의 규모와 제작 시기, 예술적 완성도와 조선 시대 평양에 대한 역사적 위상 반영 등 여러 면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될 뿐 아니라 조선 후기 회화 연구에서도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