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권 남용 의혹 사건에 현직 판사들까지 수두룩하게 연루되면서, 검찰의 ‘판사 수사 태풍’이 불고 있다. 이달에만 벌써 4명의 현직 판사가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는 등 판사에 대한 수사가 휘몰아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2일 오전 10시 최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9시49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전에 결정문을 미리 빼놓으신 것이냐 아니면 평의회 참석한 분이 관련 정보를 알려주신 것이냐”, “법관으로서 이 같은 행위가 문제될 거란 사실을 모르셨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최 판사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 당시 법원 관련 사건에 대해 이뤄진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 등 일부 내부 정보를 대법원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판사에 의해 유출된 문건은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사건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논의 등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비공개 평의를 진행했으나, 최 판사가 탄핵 관련 논의 절차 등 기밀 내용을 대법원으로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문건 등 헌재 내부정보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 모두 양승태 사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 판사를 대상으로 해당 문건 유출 경위 등을 강도 높게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당시 법원 수뇌부 등 ‘윗선’ 지시 여부 등이 주요 수사 대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인 이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뒤, 판사 뒷조사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서 배제된 상태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왼쪽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헌법대회 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6.18 deepblue@newspim.com |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이 전 상임위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최 판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업무일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확보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이달 초엔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김 판사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글을 쓴 판사에 대해 뒷조사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재판거래’ 문서를 다수 작성한 혐의로 울산지법 정모 부장판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정 판사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법관모임 사찰’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창원지법 박모 부장판사 등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받은 판사들은 근무 시기만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법원행정처 출신이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