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올해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 IR(기업설명회)이 8월들어 작년 수준에 육박했다. 상반기 야심차게 추진한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개선이 엘리엇 등 해외 기관투자가의 외면으로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2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상장사의 투자 컨퍼런스 및 해외IR은 각각 14회, 13회 20회로 총 47회다. 이는 지난 한해 15회, 12회, 20회 등 총 47회와 같은 횟수다. 현대기아차는 IR을 매달 1~2차례씩 열기 때문에 올해 전체 IR횟수는 전년보다 50%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IR을 늘리는 이유는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2차 그룹지배구조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 초 내놓은 1차 방안은 정당성, 경쟁력 있는 사업구조개편 등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대신 오너가의 안정적인 지배지분을 확보하면서도 감독당국을 의식한 행보에 집중했다. 당시 정몽구 회장 부자는 지분 매각 및 교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1조원 이상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이라는 칭찬까지 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현대기아차> |
그러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이 각각 1.5%에 불과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저지당했다. 공정위가 “엘리엇의 지주회사 전환 요구는 금산분리법 위반”이라고 언급했지만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뿐만 아니라 국내의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방안을 철회하면서 “주주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여러 주주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갱신된 경영상황에 대한 정보를 통해, 4분기에도 뉴욕, 홍콩, 런던 등지를 돌며 해외IR을 가질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 후 상장, 글로비스와 합병은 추후 진행 등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