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기아자동차 3500여명 정규직 영업직원들로 구성된 판매노동조합(판매노조)이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 근무’를 요구했다. 당직 등 초과근무 폐지로 임금이 줄어들자 당직폐지 등을 반대하고 나섰다. 업종별 직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52시간 도입을 강행한 부작용이라는 게 재계의 진단이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판매노조는 사측과 주52시간 법제화에 따른 '휴일당직 운영에 관한 실무합의서'에 최근 서명했다. 노조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자 수당을 받을 수 있는 휴일당직근무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인 게 골자다.
합의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 회사는 지점별 상황을 고려해 주52시간 범위 내 휴일(주말)당직을 운영하고 △ 소규모 지점(영업직 4인 이하)은 본인 희망 시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근무(휴일당직 근무) 등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로 판매분야는 근무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실질임금 감소를 막는 해답은 없다"면서도 "소규모 지점은 휴일당직을 축소하면 사무실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 14일 경기도 소하리 공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2018.8.14.[사진=기아자동차 노조] |
외형상 보면 주52시간 안에서 휴일당직이지만 실제로는 시간외 근무 허용이다.
당초 사측은 휴일당직을 없애려 했다. 지난 7월1일부터 주간(하루8시간*5일) 40시간+연장근로(휴일포함) 12시간 등 총 52시간을 준수하려면 휴일당직 폐지가 불가피해서다. 영업직 성격상 하루 24시간, 평일 및 휴일을 가리지 않는 고객상담 및 판매를 해야 해서, 주52시간 초과근무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지 않으면 사측은 정부에서 근로감독관이 파견돼 제재를 받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기아차노조가 휴일당직근무를 요구한 이면에는 평일 당직 축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 의도가 담겨있다. 노조는 “주52시간 법제화로 임금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사측의 주말당직 폐지를 막아야 한다”면서 “(당직을) 한번 줄이면 전체 조합원의 임금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노조는 ‘휴일당직 폐쇄 저지에 이어 평일 당직 ‘연장 근로’까지 쟁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실질임금 감소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재 진행중인 2018 임단협 교섭에서 매년 명목임금 인상도 관철시키기로 했다.
기아차 판매직 노조의 연장근로 요구는 정부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업종별 차이, 그리고 강성노조를 고려치 않고 주52시간을 강행해 결국 사측의 임금부담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차, 기아차 공장노동자들은 8시간씩 일하는 주·야간조가 교대과정중 발생하는 25분 가량의 추가 노동시간 축소를 사측과 합의했다. 노사가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0.5대 상향 조정하고, 조기출근을 통해 추가 작업시간 5분 유지를 합의해서 가능했다. 그러나 판매직이나 사무직은 산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보여주거나, 시간외로 고객을 만나는 등 근무시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도 어렵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야근수당이 줄면 근로자의 임금보전요구 압력이 커지고 시간당 임금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둬야하는데 규제개혁, 노동개혁,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인상처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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