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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폼페이오 빈손 귀국 우려...北·中 '반미전선' 견제"

기사등록 : 2018-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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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 취소 파장...北 비핵화 협상 '오리무중'
美 전문가들 "폼페이오 ‘빈 손’ 귀국 우려 컸을 듯"
조진구 "종전선언,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카드'…신중"
임재천 "북·미 '무역전쟁' 속 북·중 '반미전선' 견제 의미"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공식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전격 무산됐다. 북한 측 ‘몽니’가 아닌 미국의 일방적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핌] 김민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 트럼프 “폼페이오, 북한 가지 말라”…中, 미온적 태도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마찰 탓에 “중국이 예전처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되면 조만간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방북할 것”이라고 대중 압박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는 “가장 따듯한 안보와 존경을 보내고 싶다”며 “그를 곧 만나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트위터 내용만을 보면, 그간 북한의 비핵화을 두고 지적돼왔던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이 과거처럼 북한 문제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무역과 관련해 더욱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북한 때문”이라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도움을 원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 장관(왼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美 전문가 “폼페이오 ‘빈 손’ 귀국 우려 컸을 듯”

다만 이는 외형상 드러난 것일 뿐 트럼프 대통령의 속심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북한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수치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역시 “북한은 현 시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많은 것을 건네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번처럼 북한을 방문한 뒤 빈 손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막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조정관도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방북에서 제시한 제안이 거절당했기 때문에 새로운 제안을 들고 갔어야 했고, 이런 제안에 대한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조진구 "종전선언,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카드'…美, 신중하게 타이밍 볼 것”

대북 전문가들은 '비핵화-종전선언' 맞교환을 두고 미국의 신중함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북미 간 물밑접촉 등을 통해 확인한 종전선언에 대한 반대 급부가 성에 안찼다는 것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카드”라며 “우리가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에 이용되거나 하는 우려가 있으면 미국은 더욱 더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러시아 스캔들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탄핵에 대한 얘기가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더 쉽게 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신화통신 뉴스핌]

◆ 임재천 "미·중 무역전쟁 속 북·중 '반미전선' 견제하기 위한 결단"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중 간 '반미(反美) 전선' 형성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이 밀접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다”며 “중국과 북한이 반미 연합 전선을 구축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조속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게 어렵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최근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고, 직접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려는 모습이 감지되는 것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이용하려한다고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 협조할테니 ‘관세 폭탄’을 거두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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