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일부 펀드매니저는 터키 경제 위기로 촉발된 신흥시장 자산 가격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터키 리라화 폭락세가 투자자와 신흥국 정책 당국자에게 골칫거리가 됐지만 오히려 이들은 인도네시아 채권과 브라질 주식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일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시아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로베코의 파비아나 피델리 펀더멘털 주식 부분 글로벌 책임자는 한국과 중국을 최고 투자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향후에도 신흥 시장에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는 공황 상태에 빠질 이유가 아니라며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터키 리라화 [사진=블룸버그] |
최근 글로벌 경기 낙관론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증시 하락과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로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들어 MSCI 신흥시장지수가 9% 하락한 가운데 중국 대표 주가지수는 17% 내리꽂혔다.
리라화 폭락세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수 주간 리라화 가치는 미 달러 대비 30% 떨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터키와 미국, 유럽과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아르헨티나와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을 불러왔다.
리델리 책임자는 리라화 위기 전에 터키의 극단적으로 완화적인 통화 환경을 예상해 터키 보유 자산을 매도했다고 말했다.
니코애셋매니지먼트는 아시아 주식이 강력한 기업 실적과 구조적으로 견실한 성장세에 뒷받침된다고 보고 아시아 주식의 '비중확대' 포지션을 늘렸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의 주가수익배율(PER)은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며 금융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던 지난 2016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니코애셋매니지먼트의 로버트 샘슨 멀티애셋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분석했다.
신흥 시장 매도세는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대 600억달러 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검토하는 지침에 서명한 이후 탄력을 받았다. 이후 중국 증시는 달러화 기준으로 약 15% 급락했고 인도네시아 증시는 12%는 떨어졌다.
펀드조사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5월과 6월 신흥국 주식과 채권 펀드에서 순 유출이 일어났다. 이는 지난 1~4월 유입세에서 반전을 이룬 결과다.
애버딘스탠다드인베스트먼츠의 케네스 애킨트위 아시아 국채 책임자는 인도네시아 국채에 대해 작년 말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전환했지만 터키 사태 이후 인도네시아 국채 장기 금리가 8% 위로 솟아오르자 조심스럽게 인도네시아 국채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달러화 표시 채권 시장에서 중국 고수익(정크 등급)채와 부동산으로부터 기회를 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로컬통화 표시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티로우프라이스의 척 크누센은 터키 사태는 브라질과 인도의 민간 은행 주식, 남아공과 중국의 보험회사 주식, 러시아의 인터넷과 금융 기업 주식을 사들일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이런 '저가 매수' 전략이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부 매니저는 신흥국 통화의 하락 여파를 상쇄하기 위한 헤지 수단으로 대만 달러화나 태국 바트화 등 저수익 통화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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