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웅진그룹 전체의 보유 현금을 통틀어도 1000억원 안팎인데 어떻게 2조 3000억원에 달하는 코웨이를 인수한다는 겁니까?"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이 코웨이 인수를 표면화하자 M&A(인수합병) 업계에서 터져 나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M&A를 20여년간 진행해왔지만 인수 주체의 보유 현금과 인수 대상의 시장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진=웅진그룹] |
M&A 업계에서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코웨이는 연매출액 3조원을 눈 앞에 두고 있고, 한 해 벌어들이는 영업현금흐름만 5000억원에 달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만만치 않다.
코웨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2조 3000억원 가량이다. 이는 MBK파트너스(대표 김광일)가 보유하고 있는 코웨이 지분가치(27.17%. 1조 82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은 금액이다.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대표 곽동걸)가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다고 해도 웅진그룹은 적어도 5000억원 가량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웅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력은 여기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웅진그룹은 지주회사인 ㈜웅진 산하에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북센, 태승일피, 웅진투투럽, 웅진에버스카이, 웅진 미국법인(Woongjin, Inc.)의 자회사 9곳을 두고 있다.
㈜웅진의 9개 자회사 현황. [자료 : 전자공시] |
이 가운데 코웨이 인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후보는 ㈜웅진과 웅진씽크빅이다. ㈜웅진은 웅진그룹의 지주사이고, 웅진씽크빅은 웅진그룹 전체 매출액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흑자 기업이다.
◆ 지주사 ㈜웅진, 보유 현금 230억원… 웅진씽크빅은 782억원
먼저, ㈜웅진은 인수 주체로 나서기에는 현금이 많지 않다.
2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웅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230억원에 불과하다(K-IFRS 별도 기준). 현금흐름도 양호하지 않다. ㈜웅진의 올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21억원으로 전년동기에 플러스였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실적도 부진하다. 올 상반기 ㈜웅진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73억원, 영업손실 134억원, 당기순손실 367억원을 기록했다(이하 K-IFRS 연결 기준). 지난해에는 매출액 2828억원, 영업이익 103억원, 당기순이익 9억원을 기록했다. 보유 현금 200억원대, 매출액 20000억원대의 ㈜웅진이 코웨이 인수 주체로 나서기에는 버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웅진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관계기업 웅진에너지 때문이다.
웅진에너지는 태양광에 쓰이는 잉곳(Ingot)을 생산하며, 지난해 소폭 흑자를 제외히고는 2012~2016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 1215억원, 영업손실 295억원, 순손실 370억원을 기록해 연말이면 적자폭이 7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잉곳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세에 있고, 향후에도 특별한 개선 모멘텀이 부족하다.
웅진에너지의 영업손익, 당기순손익 추이. [자료:전자공시] |
웅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도 자금력이 양호하지 않다.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782억원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5% 감소했다.
올 상반기 웅진씽크빅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175억원, 영업이익 120억원, 순이익 107억원이다. 전년비 매출액이 소폭(2.6%)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4%, 2.7% 감소했다.
◆ 윤석금 회장의 '창의적 발상'에 기대감 UP
그렇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가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간 윤석금 회장이 창의적 승부수로 위기를 돌파해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이 MBK파트너스, 사모펀드, 시장 참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승부수를 내놓을 경우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1989년 정수기를 판매하는 웅진코웨이를 설립했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정수기가 팔리지 않자 "판매가 어렵다면 빌려주자"는 발상 전환으로 지금의 코웨이를 만들어냈다. 미국, 일본에도 존재하지 않던 정수기 렌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