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터키 리라 폭락 사태로 신흥국 통화가 불안정한 가운데 29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는 지난 2015년 통화 평가절하 이후 최대 일일 낙폭 수준인 7.6%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터키의 경제신뢰지수도 10년 가까이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이들 국가들에 대한 외환위기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외환시장서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는 7.6% 폭락한 34.10 페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우시리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날 유튜브를 통한 방송 연설을 통해 올해 초 합의했던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 자금 집행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고 나서다. 마크리 대통령은 "내년 금융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금의 조기 지원을 IMF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크리스티나 라가르드 총재는 성명을 내고 IMF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조기 구제자금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019년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는 올해와 내년에 820억달러 규모의 재정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지 앞이 캄캄한 가운데 지난 6월 3년 간 500억달러를 지원받는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SBA)'을 받기로 IMF와 합의했다. 당시 정부는 150억달러를 즉시 지원받았고 나머지 350억달러는 단계적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가 내년 구제 자금을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경제신뢰지수를 높이고 더 이상의 경상수지 적자를 막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조기 자금 확보가 성공적이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페소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페소는 24% 떨어졌다. 터키 리라 폭락 사태로 신흥국 통화가 불안정한 가운데 이번달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5%포인트(p) 금리인상을 단행, 45%로 올렸다.
정부의 긴급 조치에도 단기 부채 상환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헨티나는 당장 내년 말까지 약 500억달러어치의 페소화와 달러화 표시 부채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부채 중 상당 부분이 페소화 표시 '레바크스(Lebacs)'라는 단기 채권인데 레바크스는 중앙은행이 고정 금리로 발행한 것으로, 금리가 최대 52%에 이른다.
◆ 터키 리라 또 급락…하락세 가중 전망도
올해 들어 약 40% 하락한 터키 리라화는 여전히 고꾸라지는 중이다.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약 3% 상승한 6.4666리라를 기록해 리라화의 가치가 또 떨어졌다.
터키-미국 간의 갈등과 더불어 독일이 터키에 대한 금융 지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보도가 나온 여파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 독일 정부가 터키에 대한 긴급 금융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후 로이터통신은 한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반박 보도를 냈다.
이와중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은 "펀더멘털이 강해 터키 경제에 큰 위험성을 보고 있지 않다"는 낙관적인 발언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정부가 경상수지 균형과 치솟는 물가를 최우선 순위로 막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이 경제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지표가 말하는 바는 다르다. 8월 경제신뢰지수는 직전월 대비 9% 급락한 83.9로 약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해 리라화 하락을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20개의 터키 금융회사 및 기관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터키는 GDP 대비 미 달러화 표시 부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그 다음은 아르헨티나다. 달러강세로 이들 채무국들의 부채 상환 우려가 커지고, 안전 통화자산인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페소와 리라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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