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기업들이 회사채 스프레드 상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채권 금리가 2010년 이후 최고치로 뛰면서 기업들 자금 조달 비용이 눈덩이로 불어난 것.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함께 애플을 포함한 IT 대기업들이 채권 매도에 나선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31일(현지시각)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만기 1~3년 회사채의 수익률이 올들어 83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3.19%까지 치솟았다. 이는 8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단기물 회사채에 의존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가령,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경우 이자 비용이 연간 415만달러 상승하는 셈이다.
회사채 수익률 상승은 연준의 금리인상과 무관하지 않다. 연방기금 금리를 올들어 두 차례 올린 한편 총 네 차례 인상을 예고한 데 따라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을 포함한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는 단기물 회사채 스프레드 상승을 부추겼다.
이와 함께 애플을 포함한 IT 기업의 ‘팔자’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IT 기업이 지난 수년간 채권시장의 ‘큰 손’이었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주요 업체들이 사들인 물량은 매 분기별로 250억달러에 달했다.
애플이 보유한 회사채 포트폴리오만 1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대형 채권 운용사의 자산 규모를 앞지르는 수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올들어 500억달러 규모의 매물을 쏟아내고 있고, 이 때문에 연간 30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 공백이 발생했다.
IT 업계의 매도 공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률이 고점을 더욱 높여 회사채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일 것이라는 경고다.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의 리처드 세퍼스타인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장 상황이 앞으로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흐름의 방향 전환이 이제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채 대비 단기물 회사채 스프레드가 앞으로 6~12개월 사이 10bp 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회사채 발행 시장은 이미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후폭풍을 드러내고 있다. 연초 이후 회사채 발행액이 888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달러에서 상당폭 감소했다.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 회사채 시장의 발행액이 8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대어급 기업 인수합병(M&A)가 추진, 자금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발행 시장이 위축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