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출발해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에미레이트항공 여객기 승객 100여명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CNN, CNBC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미레이트항공 203편 탑승자 520여명 중 100여명이 기침과 발열, 구토, 위장병 증상 등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원인과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오시리스 바버 뉴욕시 보건의는 로이터통신에 승객들이 보인 증상이 독감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CNN은 CDC 관계자를 인용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항공기는 이날 오전 9시경 케네디 공항에 도착했고, 기내에서 비상 대기하던 승객들은 관계 당국으로부터 건강 검진을 받았다.
에미레이트항공과 뉴욕시장 사무실에 따르면 이상 증세를 호소한 이들 중 확인되지 않은 병에 걸린 것으로 판정 받은 이는 19명으로, 승무원 7명을 포함한 10명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9명은 치료를 원하지 않아 현장에서 귀가했다.
CDC는 환자 수가 20명이라고 밝혔다. 벤자민 헤인스 CDC 대변인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11명이고, 나머지 9명은 병원 치료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수치에 차이가 있긴 하나 환자로 분류된 약 20명의 승객 외 나머지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버 보건의는 106명이 비행 중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고 처음 보고됐으나, "대다수"가 검사 결과 병에 걸린 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항공사는 나머지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을 통과하도록 허가 받았다고 밝혔으며, 승객들은 이후 증상이 심해질 경우 병원에 방문하란 권고를 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진 않다. 헤인스 대변인은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증상이 심해 공항에서 곧바로 검진 받은 이들이며, 이상 증세를 호소한 나머지 승객들 중에서도 실제 환자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미레이이트항공 203편에 탄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 승객은 CNN 인터뷰에서 두바이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탑승객이라고 밝힌 에린 사이크스는 "이륙 전 (승무원들에게) 마스크를 달라고 했으나 사용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아픈 게 너무 빤했다. 비행 내내 사람들이 기침하더니 이제 열이 나는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처음부터 (아픈 사람들은) 탑승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바버 보건의는 현재 독감이 유행하는 '이슬람 성지' 메카의 성지순례에 참여한 일부 승객이 병에 걸려 기내 다른 승객들에게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독감 잠복기는 통상 1일에서 7일 사이로,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전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항공기는 여객 터미널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옮겨져 보건 당국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