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증권사 신용융자에 대한 대출금리산정 모범규준이 이번 달부터 도입됐음에도 증권사들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금리인하에 동참했을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한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5월 금융투자협회가 배포한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토대로 내부 규정을 개정해 9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신용융자란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거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증권사를 통해 직접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중 금리 대비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는 최소 4.4%에서 최대 11.5%까지 천차만별. 증권사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 한 달이 경과하면 이자율이 6% 이상으로 급등한다.
이에 정부는 불합리한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을 차단하기 위해 작년부터 움직였다. 이번에 마련된 모범규준 역시 주기적으로 금리 적정성을 검증하는 한편 변경이 필요할 경우 내부 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해 신용공여 목표이익률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융자 금리인하에 나선 한국투자증권을 빼고 이자율 재조정에 착수한 증권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증권사 신용융자의 경우 일반 대출과 성격이 달라 이자율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별 대출 심사 기준이 다른 것 역시 대출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성격과 담보가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시중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더라도 주식 투자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대다수”라며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은행권 연체율보다 신용융자 연체율이 낮은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전해왔다.
반면 신용융자를 이용하는 일반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둬가면서도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874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벌어들인 6311억원보다 38.5% 늘었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신용공여만으로 1431억원의 수익을 냈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역시 나란히 800억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거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인투자자는 “협회 차원에서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마련했다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들었다”며 “이자율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실제 금리 인하로 연결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오는 11월부터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조달금리와 가산금리가 공시되는 점은 향후 증권사들의 이자율을 낮추는 변수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산정 방식이 공개되면 신용융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세부 항목을 비교해 증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고객 유치를 위해서도 이자율 인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B 증권사 한 임원은 “무조건 금리를 낮추라는 지적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게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들의 지적도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라며 “지금은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당국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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