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최근 서울에서 일주일 사이에 건물이 기우는 사태가 잇따라 벌어졌다. 사고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흙막이 붕괴'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많은 시민들은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영문 모를 사고를 지켜보며 불안해하고 있다.
◆ 불과 일주일 만에 '또' 지반침하··· 불안한 시민들
6일 오후 11시22분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 현장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인근 상도초등학교 내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 등은 6개 동 49세대 규모(건축면적 936.8㎡) 다세대주택 공사 현장의 흙막이가 붕괴하면서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원인을 추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건물이 기운 상도유치원에 대해 1주일 휴업 결정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이뤄지는 공사를 전면 중지시켰다. 이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간 공사현장이나 구청이 관리하는 공사현장에 대해 좀 더 엄밀히 매뉴얼이 제대로 돼 있는지, 충분히 시행되고 있는지 전면 심사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일 오전 서울 상도동 공사현장에서 지반이 무너지면서 인근에 위치한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 2018.09.07 leehs@newspim.com |
일주일 전 가산동 지반침하 사고 역시 유사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8월31일 오전 4시38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공사 현장에서는 가로 30m, 세로 10m 규모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했다. 놀란 주민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차량 4대가 파손됐다. 금천구청은 해당 사고의 원인을 "흙막이 붕괴에 따른 토사유출로 인한 지반 침하"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연이은 지반침하 사고에 불안할 따름이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거주하는 신모(45·여)씨는 "멀쩡히 있던 땅이 가라앉았다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저 처참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가산동 주민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면서 파리목숨처럼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했다.
◆ 흙막이 붕괴 이유...부실공사? 폭우?
서울 상도동과 가산동 지반침하 현상의 공통점은 흙막이가 붕괴해 지반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다만 흙막이 붕괴 원인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는 "가산동 싱크홀 사태의 주 원인은 부실공사라고 생각한다"라며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입되면 제대로 차단해야 하는데 그런 공법을 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새어 나왔음에도 이를 제어하지 않아 지반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홍형곤 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공사현장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상. 2018.08.31. honghg0920@newspim.com |
반면 폭우 탓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두 사고 모두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토질·기초기술사는 "최근 비가 많이 오면서 빗물이 지반으로 스며들고 지하수위도 상승했다"며 "흙으로 된 지반이 약해지면서 건물을 받치는 지반이 지지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가산동과 상도동 사고의 원인이 각기 다를 수도 있다. 8월 발생한 가산동 지반침하 사고 원인 역시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부실공사인지 폭우 탓인지 아직 확언할 수 없다"며 "10월 말이 돼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도 "자세한 원인은 정밀검사를 해봐야 파악할 수 있다"면서 "우선 응급조치로 압성토(흙을 쌓아 추가 붕괴 막기위한 작업) 공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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