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강자 키움증권이 채권 소매판매(리테일)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에서 개인에게 발행금리 수준으로 채권을 싸게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키움증권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자 리테일 업계 일각에선 키움증권이 시장 가격을 교란한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사진=키움증권]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한달새 채권 리테일 부문에서 4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SK해운 채권 200억원 완판에 이어 지난 5일 대한항공 채권 160억원어치도 모두 팔렸다. 지난 7월부터 온라인 채권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한 키움증권이 2개월만에 이룬 성과다.
키움증권은 채권 판매 흥행 원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키움증권은 채권 판매 영업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팔기 때문에 영업지점을 운영하는 다른 증권사보다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키움증권의 채권 리테일 인력은 총 5명이다.
보통 증권사의 리테일 지점에서는 발행금리보다 0.30~0.40%포인트 낮은 금리로 채권을 판매한다. 판매직원의 자기수익 몫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키움증권은 발행금리의 0.05%포인트 안쪽으로 채권을 공급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채권을 판매하는 유통구조라 중간 이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초 리테일 업계에서는 온라인 채권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주식과 비교하면 채권이라는 상품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온라인 채권 구매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이를 수요 부족이 아닌 낮은 접근성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사고 싶어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개인들도 채권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온라인 판매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키움증권의 온라인 채권 판매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키움증권은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전략을 채권 판매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리테일 업계 관계자는 "채권 판매가 온라인으로 바뀌어 가야 하는 건 맞지만 덤핑 형태로 수수료 없이 싸게 파는 건 시장 교란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점을 운영하는 증권사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선의의 가격 경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가격 정책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키움증권이 자신이 받은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채권을 판다면 덤핑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넘긴다는 측면에서 가격 경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구명훈 키움증권 리테일 팀장은 "키움증권이 온라인 채권 판매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하듯 채권도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25~30종의 채권을 구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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