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 차례 압수수색 영장 기각 끝에 대법원 기밀문건을 불법 반출하고 이를 무단으로 폐기한 의혹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대해 강제 수사를 벌였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유 전 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유 전 연구관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권을 지냈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또 유 전 연구관은 법원을 떠나면서 '통합진보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 등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을 유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일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한 차례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문건 1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검찰은 9일 유 전 연구관을 소환조사한 뒤 10일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재판 자료를 반출해 소지한 것은 죄가 되지 않고 수사기관이 이를 취득할 경우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역시 유 전 연구관이 불법 반출한 문건을 자체적으로 회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 전 연구원이 이 과정에서 관련 기밀자료들을 전부 파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두 번째 영장이 기각된 10일 저녁 "유 변호사가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출력물 등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수사 확대를 예고하고 나섰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 사안은 '대법원의 입장에서만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절도·정보통신망법 위반·공무상기밀누설·공공기록물법 위반·형사사범절차촉진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데 사실관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죄가 안 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