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국내 5G 장비 시장이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 화웨이가 나눠갖는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사장 박정호)으로의 장비 공급을 확정지었고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주력 공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KT(회장 황창규) 역시 삼성전자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는 2025년 약 3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5G 장비 시장 선점을 두고 누가 웃을 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4일 SK텔레콤은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 대상자로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식 계약은 다음달 중 체결한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재 망 설계 및 부가 장비 확보 작업은 상당 부분 완료된 상태로, 다음달 본 계약과 동시에 핵심 구축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5G 장비를 소개하는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장비 공급업체를 확정지어야하는 상황이다. 5G 주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이통3사가 합의한 5G 첫 전파 송출일자인 12월 1일에 일정을 맞추려면 10월중엔 본격 장비 구축 작업에 착수해야한다.
KT는 이와 관련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장비 공급사로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를 택할 것이란 업계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들 3사를 선택한 것과 같은 이유다. 5G 초기엔 기존 4세대(4G) LTE망에 새 네트워크를 덧붙이는 혼합형(NSA) 방식의 5G 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5G망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려면 기존 장비와 기술적으로 호환되는 장비를 택해야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는 LTE 네트워크를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3사의 장비로 구축했다.
글로벌 전역에서 제기되는 화웨이 장비의 보안 우려와 국내 이용자들의 반중 정서도 KT로선 부담스럽다. 특히, 스스로 '국민 기업'임을 자처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KT의 경영 구조상 장비 공급사로 화웨이를 새롭게 선정하는 것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화웨이를 장비 공급사로 선정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LG유플러스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전임 대표이사 권영수 부회장이 "(화웨이의 5G 장비 공급 변경 가능성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하며 이같은 내부기류를 확인했다.
업계도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시 4G와의 기술 호환성 문제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LTE 네트워크망은 화웨이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4개사 장비로 구축된 상태다. 이 중 화웨이는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장비 공급사들 중 가장 빠른 시점에 5G 장비를 공급할 수 있으며, 구축 비용 역시 타업체 대비 약 30% 정도 저렴하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본격 전개될 5G 상용화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장비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G 초기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망 구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 장비로 서울 및 수도권 LTE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서울·수도권 LTE망을 화웨이 장비로 구축했다. 기술 호환성을 따진다면 이 권역 5G 장비 역시 같은 업체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5G 전국망 구축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양강 장비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예정된 만큼 국내 시장 선점이 글로벌 5G 주도권 장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주요 장비 공급사들의 판단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국내 5G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3조1063억원에서 2025년까지 약 3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15조~17조원 규모였던 4G 시장의 2배를 뛰어넘는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2035년까지 5G 시장은 12조3000억달러(1경3755조900억원)까지 커지며 22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게 퀄컴 5G 경제보고서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장비 공급사를 선택하는 것은 네트워크 품질과 구축 효율성 등을 철저히 따진 결과"라면서 "이는 실리 추구가 가장 중시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젠 장비 공급사가 어디냐보다 이 장비를 기반으로 이통사들이 어떤 5G 서비스를 내놓느냐에 관심을 집중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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