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이 용의자로 러시아 군사 정보기관 정보총국(GRU) 소속의 장교 두 명을 지목한 가운데 크렘린궁 대변인은 용의자들과 러시아 정부 및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진실은 (영국이 용의자로 기소한) 루슬란 보쉬로프와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둘 다 크렘린궁은 물론 푸틴 대통령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전직 이중스파이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가 영국 윌트셔주(州) 솔즈베리시(市)에서 신경 작용제 '노비촉(Novichok)'에 노출돼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비촉은 1970~1980년대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생화학무기다. 사건 직후 영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독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데 이어 얼마 전 보쉬로프와 페트로프를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꾸준히 배후설을 부인했으며, 영국과 사건의 진실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영국이 지목한 용의자들의 신분을 살펴본 결과 그들이 범죄자가 아닌 사건과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푸틴은 이어 용의자들을 두고 "그들은 범죄랑 연관이 없다. 나는 (이를) 장담할 수 있다.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러시아 정부 개입설을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 뒤 용의자들은 러시아 관영 RT TV에 출연해 무죄를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런던에 놀러 간 아무런 죄 없는 관광객이며, 솔즈베리는 유명한 성당이 있다고 해서 방문한 것일 뿐이라고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영국 정부는 두 명의 용의자가 러시아 군사정보기관 소속의 장교들이 맞으며, 용의자들이 정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 관영 RT TV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는 루슬란 보쉬로프(왼쪽)과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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