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백악관이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브렛 캐배너 연방대법관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또다시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방송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NBC방송은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캐배너 후보에 대한 FBI 수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NBC방송에 정정 보도를 요구하며, "FBI가 재량에 따라 그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누구든 자유롭게 인터뷰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FBI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백악관이 FBI 조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정했으며, 수사는 네 사람과의 면담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CNN방송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FBI가 상원이 아닌 백악관의 지시를 따르고 있으며, 오직 소수의 인물만이 FBI와 면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렛 캐배너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조사의 재량권을 FBI가 아닌 백악관이 쥐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트럼프 행정부에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는 CNN에 출연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백악관이 FBI 수사에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클로버샤 위원은 상원 법사위 소속된 10명의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인 리처드 블루먼솔(코네티컷)도 트위터에 "이제 백악관은 수사 범위를 좁히기 위해 공화당과만 의논하고 있다. 우리는 진실을 찾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사실을 제한하려는 것인가?"라며 공화당이 진실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뿐더러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그들(공화당)은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가? 미국인들이 브렛 캐배너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라고 덧붙였다.
반면 백악관은 FBI 수사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또다시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재차 말하지만, 백악관은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것(캐배너 지명자 인준)은 상원에서 진행하는 절차이며, 처음부터 그랬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백악관에서 성폭행 의혹을 세 번째로 폭로한 줄리 스웨트닉을 조사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한 사항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질문은 상원에 해야한다"며, "그건 백악관이 관여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고문 역시 30일 CNN에 백악관이 FBI에 캐배너에 대한 특정 혐의만을 조사할 것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FBI의 독립성을 크게 존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트위터에 "민주당이 (캐배너의 인준을) 방해하고 지연시킬 궁리만 한다"며 민주당을 겨냥한 날선 비난을 날렸다.
한편 지난 28일 상원 법사위에서 캐배너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인준안은 찬성 11표와 반대 10표 가결됐으며, 현재 상원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하지만 캐배너 지명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증언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FBI에 수사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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