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경기를 부양할 정부 '재정 실탄'이 갈수록 줄고 있다.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당초 목표보다 재정을 더 빨리 집행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국내 경기는 점점 가라앉는 상황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관리 대상 예산 280조2000억원 중 지난 8월말까지 200조3000억원 집행했다. 8월까지 당초 목표보다 12조6000억원 더 집행했다. 재정 집행률은 8월말 기준 76%로 계획보다 4.5%포인트 높다.
집중 관리 분야인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목표보다 더 빨리 집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사업 관리 대상 예산 10조7000억원 중 8월까지 8조7000억원 집행했다. 같은 기간 SOC 관리 대상 예산 38조9000억원 중 26조6000억원을 풀었다.
상반기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률도 높다. 9월말까지 추경 집행률은 81.6%(3조7800억원 중 3조900억원 집행)다.
[자료=기획재정부] |
재정 집행률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에 있다. 신속한 재정 집행을 디딤돌 삼아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개선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 또한 이날 열린 제9차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2018년 본예산 및 추경예산을 과감하게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주요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매달 나오는 고용 지표는 지난 1월을 제외하면 기대치를 밑돈다. 정부가 올해 역대 최고로 많은 일자리 예산(본예산 기준 19조2000억원)을 편성해 집행 중이지만 지난 8월 취업자 증가 규모는 전년동월대비 3000명에 그쳤다. 특히 8월만 놓고 보면 실업자는 133만3000명으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투자 또한 부진하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때 10개월 연속(1997년 9월~1998년 6월)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현재 경기 상황과 향후 움직임을 보여줄 지표 또한 하락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4~7월) 연속 떨어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개월 연속(지난 6~7월) 하락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경기는 경기 수축 국면에 있다"며 "심리적 측면에서 미래 불확실성 증대, 성장력 및 고용창출력 저하, 수출 경기 양극화, 고용시장 어려움 등의 경기 하강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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