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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자, 지뢰 제거 업무에 투입해야” 논란

기사등록 : 2018-10-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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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법무부·병무청 공동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
대체 복무자 ‘지뢰 제거’ 투입…민간 자문위 전문가 ‘갑론을박’
지영준 변호사 “유엔·헌재, 대체복무자 ‘비전투 복무’ 규정”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방안을 논하는 공청회에서 ‘위험지역 지뢰제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투입하자’는 주장이 나와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홀에서 국방부‧법무부‧병무청 공동 주최로 열린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바른군인권연구소의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 방안으로는 비전투 분야 업무, 예를 들어 (전사자) 유해발굴이나 지뢰 제거가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발제자로 나선 지 변호사는 대체 복무자가 하는 일은 ‘현역 복무자가 하는 일과 최소한 같거나 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즉 그 일이 바로 ‘비전투 복무’이고 비전투 복무 방안으로 가장 적합한 것이 전사자 유해발굴이나 지뢰 제거라는 것이다.

지 변호사는 ‘대체복무자의 비전투 업무 역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견해를 반박하며 유엔 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방안으로 ‘비전투 복무’를 권고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인권조약을 근거로 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비전투 업무를 반대하는 의견이 있지만 유엔 인권위원회도 2016년 7월 민간 대체복무와 함께 비전투요원 복무를 권고했다”며 “뿐만 아니라 2018년 6월에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미국이 2차 대전 중 종교적 사유로 참전을 거부한 사람들에 대해 비전투 복무요원으로 복무하도록 했던 것처럼 그런 길을 둘 수 있다’고 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 변호사는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특정 종교 신도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지 변호사는 “이 종교 신도들도 2000년까지는 전부 입영했고 집총만 거부했는데 그 이후로 아예 입영을 거부했다”며 “그런 사례들을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충분히 입영해서 비전투 복무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뢰 제거의 경우 군사분계선(DMZ) 말고 민통선(군사분계선 인근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에서도 이뤄지는데 민통선에서는 군인들이 (지뢰 제거를) 못 한다”며 “민통선에선 당연히 민간인이 지뢰 제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대체 복무를 할 때 지뢰 제거에 투입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홀에서 국방부·법무부·병무청 공동 주최로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2018.10.04 suyoung0710@newspim.com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비전투 복무, 특히 지뢰 제거에 투입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어 공방이 벌어졌다.

오재창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지금 현역병 복무기간인 18개월에 1.5배 더 해서(9개월) 총 27개월 복무시키자는 의견이 많고, 그것도 교도소(교정시설) 같은 곳에서 하게 되면 충분하다”며 “꼭 전사자 유해 발굴이나 지뢰제거처럼 힘든 일을 해야지만 현역병과의 등가성, 형평성이 맞춰진다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그들이 유해 발굴이나 지뢰 제거를 안 했다고 해서 국가 안보가 흔들리거나 현역병과의 등가성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며 “1.5배 더 긴 기간 동안 복무하는 것만으로도 (대체복무제의) 목적은 달성된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임 소장은 “지뢰의 종류도 다양하고 매설 지역과 매설량도 불분명해서 DMZ 내 지뢰제거 작업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는 유엔 대인지뢰 협약을 통해서, 그것도 고도의 훈련된 아주 전문적인 사람들을 투입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홀에서 국방부·법무부·병무청 공동 주최로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8.10.04 suyoung0710@newspim.com

◆대체 복무 기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
민간 자문위 다수 ‘현역병 1.5배’ 의견 지지
일부 전문가 “1.5배, 특정 종교 수혜 논란→종교 갈등→사회 갈등…2배가 적당”

국방부·법무부·병무청 실무추진단이 구성한 민간 자문위원회의 전문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 기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현역병보다 1.5배 더 복무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나 2배 더 복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병욱 교수(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는 “(대체복무 기간이) 1.5배 이상이 되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징벌적 대체복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생각이 좀 다르다”며 “그 국제적 기준이란 것이 대체복무가 별로 이슈가 안 되거나 우리처럼 전쟁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는 곳이 아닌 나라들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 불합치라고 한 이후 2018년 7월 한국리서치가 병역의무 거부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더니 반대 의견이 56%였다”며 “이런 가운데 대체 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의 1.5배 정도로 쉽게 해 버리면 ‘특정 종교가 수혜를 입는다’며 종교적 갈등이 일어나고 나아가 사회적 갈등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성토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처음에는 대체 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2배수 정도로 하고 차차 줄여나가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현역병) 1.5배로 대체복무 기간을 설정하면 국민 정서나 의식을 못 따라갔을 경우 그 때 가서 갑자기 늘릴 수 있겠느냐”며 “초기엔 좀 강하게 했다가 경과나 추이를 봐 가면서 6개월 정도 줄이는 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자문위 전문가 대다수는 ‘현역병 1.5배’가 가장 적합한 대체 복무 기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실무추진단이 제시한 2가지 안 중 첫 번째 안인 ‘1.5배(27개월)’ 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한국의 경우 현역 복무 기간 자체가 장기간이기 때문에 1.5배 이상으로 대체복무 기간을 설정하는 건 인권 침해”라며 “국민 여론 역시 1.5배 이내를 선호한다는 것이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로 확인돼 ‘입영 대상자의 박탈감’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도 “(대체복무자와 현역병이) 하는 일은 비슷한데 (대체 복무자의) 복무 기간이 더 길다고 하면 오히려 축소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권위에선 2005년 국방부에 처음 권고한 이래 지속적으로 여러 형태를 권고해 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1.5배로 설정하고 1.5배 이내에서 점차 사정에 따라 축소해 나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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