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보수진영 통합을 두고 '동상이몽'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연일 보수의 재기를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독자노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전원책 변호사는 보수통합에 대한 뜻을 밝히며 '통합 전당대회'도 가능하다고 언급했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전대를 언급한 셈이다. 불과 한달 전 전당대회를 치르고 손학규 대표를 선출한 바른미래당은 발끈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전 변호사의 언급이 보도된 이후 "통합전대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조강특위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0.04 yooksa@newspim.com |
양 당의 시각차가 드러났지만 동상이몽은 여전하다.
전 변호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저는 양당제도가 아직까지 국민들이 바라는 제도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보수 단일대오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의결해야 할 사항을 조강특위가 주제넘게 이야기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방향만은 천명할 수 있다"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통합전대, 보수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의 반응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으나, 여전히 한국당에서는 보수통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결국은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통합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내년 한국당 전당대회 때가 되면 바른미래당도 쪼개져 일부는 보수정당 쪽으로 넘어오지 않겠느냐"면서 "누가 중심이 되느냐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보수정당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연일 '독자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만약 보수통합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당은 보수세력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전당대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당이 개편한다고 해서 미래가 한국당 중심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든 정당이고 탄핵의 대상으로 아직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보수로 인정받지 않았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이 통합 전대를 같이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운데)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최고위원, 손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2018.10.05 yooksa@newspim.com |
바른미래당은 최근들어 국정감사에 대비해 민생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민생정당'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한국당보다 먼저 조강특위를 설치하고 당 내부 정비에 나서면서 독자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5일 오전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서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같이 해야만 보수개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저희와 도모하려고 하는데 저는 보수통합 이야기는 가능성이 없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바른미래당 내부 사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바른미래당은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중도정당을 지향하고 있고, 손학규 대표 선출 이후 조직을 하나하나 맞추는 상황"이라면서 "당초 생각했던 중도개혁의 가치를 설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보수 통합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등 큰 선거들이 남아있는 탓에 통합의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선거때 되면 표를 어떻게 더 많이 받느냐가 중요해지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은 그렇다 할지라도 총선을 앞두고 보수성향의 정당들 사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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