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9·13 대책으로 주택시장에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서는 여전히 서울 아파트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시장 규제를 피해 상가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부동산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7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는 응찰자 수와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이 동반 상승했다. 응찰자 수와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경매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상가 물건은 응찰자 수와 낙찰가율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가율은 107.3%로 집계됐다. 직전월인 지난 8월의 105.5%보다 1.8%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작년 9월의 98.4%에 비해서도 8.9%p 상승했다.
반면 상가는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만큼의 인기는 없었다. 지난달 서울 상가 경매시장 낙찰가율은 88.4%로 아파트(107.3%)보다 낮았다. 직전월인 지난 8월의 83.4%보다 상승했지만 작년 9월의 97.5%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를 봐도 서울 아파트와 상가는 경매시장 분위기가 달랐다. 아파트 물건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지만 상가 물건은 반응이 시들했던 것.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평균 응찰자 수는 12.3명으로 지난 8월의 9명보다 3.3명 증가했다. 작년 9월의 8.7명에 비해서도 3.6명 증가했다. 아파트 때문에 경매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반면 서울 상가 경매시장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달 2.3명으로 지난 8월의 2.9명보다 0.6명 줄었다. 작년 9월의 3.4명에 비해서도 1.1명 줄었다. 상가 때문에 경매시장을 찾는 사람이 이전보다 뜸해졌다는 의미다.
경매에 나온 상가 물건 중 실제 낙찰되는 물건도 많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후 현재까지 5년간 서울 상가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은 10~20% 내외였다. 낙찰률이 높을수록 진행되는 물건 중 낙찰되는 물건이 많다는 뜻인데 상가 물건은 낙찰률이 진행 물건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지난달 서울 상가물건 낙찰률은 17.9%로 집계돼 지난 1월의 47.1%보다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 낙찰률이 올 초 65.6%에서 지난달 76.9%로 11%p 가량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서울 지역 일부 상가는 경매시장에서 입찰 경쟁이 시들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우성리빙텔 지하상가는 전날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총 3회 유찰됐다. 유찰은 경매에 나온 물건에 입찰자가 아무도 없거나 입찰자가 있어도 보증금 미달, 입찰서류 미비와 같은 사유로 입찰이 무효가 된 경우 발생한다.
유찰된 물건은 약 한 달 후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데 이 때 최저경매가격은 종전 가격에서 20~30% 깎인다. 즉 유찰이 1번 될 때마다 그 물건 가격이 20~30%씩 싸진다는 뜻이다. 권리관계에 하자가 있거나 투자 매력이 낮은 물건일수록 유찰 횟수가 많아진다. 우성리빙텔 지하상가 물건에 입찰했던 사람은 단 1~2명 뿐이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때문에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상가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 있었지만 경매시장에서는 그 예상이 들어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에도 상가가 경매시장에서 큰 인기가 없는 이유는 경매시장에 좋은 상가 물건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에 나온 상가 물건이 낙찰률, 낙찰가율이 높지 않고 응찰자 수도 많지 않은 이유는 경매시장에 좋은 상가 물건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상가 경매물건이 나와도 투자자들이 잘 낙찰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응찰자수가 가장 많이 몰리는 물건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아파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돼도 상가 경매 물건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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