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6일 구속만료로 석방 2개월 만에 구치소에 재수감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05 kilroy023@newspim.com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및 현기환·박준우·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현준·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위공무원으로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비서실장의 막강한 권력을 알았음에도 조직과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에게 강요범행을 지시하고 체계를 만드는 등 그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강요죄만 유죄로 인정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행위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이러한 요구 행위가 직무집행의 형식과 외형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조 전 수석 역시 강요죄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무수석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위법행위를 인수인계 받고, 피해자가 자금지원요구를 곤란해 하고 비협조적이라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증액된 자금지원요구 목록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강요 범행이 이미 이뤄지고 있던 중 정무수석으로 임명돼 가담하게 됐다는 점에서 나름 참작할 사정이 있고 직접 피해자를 압박한 정황도 찾을 수 없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원 명단을 작성하고 전경련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사건 전반에 관여한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은 각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허현준 전 행정관은 범행에 장기간,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보수단체를 이용한 친정부 시위 등을 기획한 혐의를 고려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5000만원을 받고,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5억원을 수수해 2016년 당시 총선에 친박 의원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한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함께 기소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데만 관여했고, 이 같은 지원이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청와대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보이는 점이 고려돼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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