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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우디 왕실이 카쇼기 암살 지시"...국제사회 파문 확산

기사등록 : 2018-10-1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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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60)가 사우디 왕실 최고위층의 명령으로 암살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카쇼기가 영사관에 도착한 지 두 시간 내에 사우디 암살팀의 신속하고도 고도로 치밀한 작전에 의해 암살됐으며 암살팀에는 시신 해체를 위해 부검 전문가도 포함돼 있었다고 터키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수사관계자는 “(유혈이 낭자한 영화인) 펄프 픽션과도 같다”며, 이처럼 치밀한 작전은 사우디 최고위급 왕실 지도자들의 명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터키 친정부 매체 데일리 사바에 따르면, 터키 수사당국이 파악한 암살팀 15명은 사우디 정부 및 안보 당국 요원들로 카쇼기가 터키 국적의 약혼자와의 혼인신고를 위해 사우디 영사관에 방문한 지난 2일 항공기를 타고 터키에 도착했다. 이들은 바로 영사관으로 향한 후, 카쇼기가 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 반 만에 영사관을 빠져나와 차량 6대에 나눠 타고 인근 관사로 이동했다. 터키 정부는 이들이 타고 간 차량에 카쇼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터키 경찰이 경비초소에 설치된 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2일 오후 1시 14분에 카쇼지가 영사관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으나 나가는 장면은 찾을 수 없었다.

모든 정황과 동선을 검토한 결과 터키 경찰은 사우디 암살팀이 총영사관과 영사 관저로 이동하는 도중 카쇼기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인은 NYT에 “카쇼기가 살해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왕실 측 인사들은 터키의 주장을 부인하고, 카쇼기가 영사관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 측에 이를 증명할 증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터키 수사당국 측도 언론에 익명을 요구하며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경찰이 카쇼기가 제3국 요원들에게 납치돼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터키 수사당국이 사우디 왕실의 카쇼기 암살 결론을 어떻게 내리게 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강력히 사우디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어 양국 외교분쟁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며 진상 규명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 정부에 카쇼기의 실종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원하고 수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카쇼기의 약혼녀인 하티제 젠키스는 워싱턴포스트(WP) 탈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카쇼기의 실종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사우디와 터키에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우호적 관계는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를 공개적으로 직접 비난하거나 사우디 배후설을 증명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웃국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주변국 간 알력 다툼 와중에 터키 경제마저 악화돼 중동 부국인 사우디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를 원치 않아 공공연한 비난을 삼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빈 살만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사우디가 직접 관련된 논란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인권 운동가들이 실종된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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