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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G'가 '4기가'? 올해도 수준미달 국감

기사등록 : 2018-10-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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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관 '드루킹 사건'을 카카오에게 사과하라는 의원도

[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기대도 안했어요. 그냥 눈 질끈 감고 넘어가야죠. 별수 있나요"

지난 1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를 TV를 통해 시청하던 ICT업계 관계자가 "어떻게 보고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10일 과방위 국감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 [사진=성상우 기자]

기대는 안했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질의를 하는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ICT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불평이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화웨이 장비가 4기가때 국내에 들어왔죠"라고 발언한 장면은 이번 국감의 하이라이트다. LTE로 대표되는 4세대 통신을 칭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4G(4th Generation)'를 박 의원이 "4기가(Gigabyte)"라고 읽은 것이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화면으로 중계를 지켜볼 수 있었던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도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4G는 최근 언론에서 통신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대다수가 알고 있는 일상 용어에 가깝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4G를 모르는 데 최근 업계 최고 화두인 '5G'는 제대로 알고 있을 지 의문이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에게 다짜고짜 사과를 요구했다. 매크로를 활용해 네이버 뉴스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사태'에 대한 사과다. 최 의원은 "네이버 사태에 대해 같은 포털사로서 책임이 있지 않느냐.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김 의장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대답했다. 네이버와 관련된 문제를 경쟁사인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사과하라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백번 양보해 '같은 포털사'로서 포털 다음에도 책임이 있다는 최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김 의장은 당사자가 아니다.드루킹 사태 당시 김 의장은 인공지능(AI) 연구를 본업으로 하는 '카카오브레인'의 대표이사였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다른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었다.

수준 낮은 국감에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기여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해외 로밍 요금이 비싸다"는 김 의원 지적에 "KT의 로밍요금은 미국 등 주요 국가 이통사의 로밍 요금보다 1/10 가량 저렴하다"고 답변하자 "1/10으로 안된다 1/100로 줄여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겐 "지난해 국감 불출석으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 일로 변호사는 몇 명을 쓰느냐. 변호사 비용은 얼마냐"고 묻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의원들이 이같은 '떼쓰기'식 질의에 이날 출석한 황창규 회장, 김범수 의장 등은 마지못해 "죄송하다" "유념하겠다" "고치겠다" 등의 대답으로 일관했다. 

대기업 회장과 창업자들을 앞에 두고 막무가내로 호통을 쳤던 의원들은 속이 후련했을 것이다. 언성을 높일 때마다 그들의 권위와 존재감이 부각돼 보이는 착시효과를 만끽한 것이다.

그러나 의원들만 속이 후련한 국감은 이제 멈춰져야한다. 언제부턴가 유행이 되어버린 '알지도 못하고 호통만 치는 국감'은 이제 촌스럽다. 이번 과방위 국감에서 소속 의원들이 정부와 산하 기관, 관련 기업들의 방만 경영이나 부정 실태를 제대로 짚어낸 것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과기정통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려면 최소한 '4G'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swse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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