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언론인 자말 카쇼기 실종 및 암살 의혹 사건으로 미국과 서방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달 원유 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 인도에너지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시장조사기업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 장관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국제 에너지 포럼인 '세라위크(CERAWeek)' 에너지포럼에서 사우디의 원유 여분이 원유 시장에서 쿠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유가는 "쉽게 세자리수"가 될 것이라며 내달 초 미국의 이란 금수조치에 앞서 "(원유) 공급 차질에는 충격 흡수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금수조치는 내달 4일(미국 동부시각)부터 실시된다. 현재 사우디는 매일 약 1070만배럴(bpd)을 생산하고 있는데 팔리 장관은 사우디가 하루 1200만bpd를 생산할 여유가 있다고 밝히면서 사우디가 "원유 시장에서 중앙 은행" 역할을 자처할 것이며 공급과 수요 균형을 맞추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팔리 장관이 내달 증산을 발표한 배경은 인도의 원유 공급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원유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완전한 약속"을 말하며 이날 오전에 그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석유장관과 만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팔리 장관은 "에너지, 특히 원유에 대한 당신(인도)의 필요를 공급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확인시켜주고 싶다. 더 나아가 시장 안정을 추진하고 어떠한 시장 부족분을 상쇄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앞서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최근 인도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며, 내용은 현재 원유 시장에 대한 "불만"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란 제재를 앞두고 국제 유가는 최근 몇주 들어 4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르는 추세다.
팔리 장관은 인도와의 약속을 증산 배경이라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란 의견도 나온다. OPEC 맹주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실종 사건과 관련해 터키와 미국으로부터 암살 의혹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일 사우디 왕실이 카쇼기를 암살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카쇼기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종종 올린 인물로, 지난 2일 터키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터키 매체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카쇼기는 사우디 왕실에 의해 영사관 안에서 청부살해 당했고, 이후 영사관 밖으로 빼돌렸다. 사우디는 혐의를 부인했다.
미국 CNN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카쇼기를 고문 중 실수로 살해하게 됐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15일 보도했다. 해당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살해 인정 보고서가 "공식 내용일진 아무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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