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사립유치원의 2013~17년 감사 결과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실명 공개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유치원 교비가 원장의 외제 승용차 유지비와 아파트 관리비로 쓰였다. 명품가방, 심지어 성인용품점 구입비용으로 쓴 경우도 있다. 방과후 과정비라고 하는 품목에서는 랍스타나 킹크랩, 홍어회, 주류 구매 내역이 튀어나왔다. 2조원에 달하는 사립유치원 예산이 원장의 '품위유지비'로 사용된 셈이다.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번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6000곳의 자료를 모아 이 중 3분의 1에 대해서만 공개했다. 박 의원은 “시·도교육청이 정리 중인 감사 결과를 계속 취합하고 있다"며 "국정감사 기간에 종합해서 추가 감사 결과를 한꺼번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교육감들이 쉬쉬하고 방치해서 제도 개선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도대체 교육청은 무엇을 한 거냐" 박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 해묵은 비리가 이제까지 감춰진 것을 두고 지역 선출직 정치인들의 한계를 거론했다.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유치원 하나에 100명 정도의 원아가 있으면 엄마, 아빠 해서 한 200명 정도의 학부모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의 실명 공개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전국에서 300여명의 유치원 원장들이 몰려와 세미나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박 의원의 활약 후, 그동안 숨죽이던 당정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어느 유치원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등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모조리 알리는 것이 옳다"면서 회계집행 투명화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주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사립유치원 비리를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 당정협의를 통해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국공립유치원에서 사립유치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2018.10.15 kilroy023@newspim.com |
박 의원은 교육위원회에 온 지 3개월 밖에 안 된 '초짜'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용감하게 오랜 시간 감춰져있던 사립유치원의 '헬 게이트'를 열어젖혔다.
과거에도 ‘센 놈’과만 싸웠던 그다. 정무위원회 시절에는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8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과 관련해 "당론을 변경하려면 정책 의총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 당 지도부로부터 미운털이 밝히기도 했다. 정무위에서 교육위로 상임위가 바뀐 것도 그의 이런 성향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번 유치원 실명 공개를 통해 모처럼 의회의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박용진의 재발견'이다. 미운오리새끼인줄만 알았더니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는 유능한 공격수다.
박 의원은 과거 민주노동당 대변인을 맡았을 정도로 민주당 내에서도 '왼쪽'으로 분류된다. 그의 활약만큼 민주당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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