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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면 끝장', 미국 수출 제로 각오하고 싸워야, 베이징에서 본 미중 무역전쟁

기사등록 : 2018-10-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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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 '1년 내 미국이 먼저 협상 제안하고 나설 것'
현지 한국 전문가, 돈 푸는 경기부양 한계, 성장 둔화 전망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접어들면서 중국 내에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수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레버리지 압박이 다시 커지면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스핌이 베이징에서 만난 한·중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장기화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을 우려했다. 다만 중국의 대응책과 성장 지속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시각을 보였다.

◆ 中 전문가 ‘미국도 피해 커. 중국 성장세 견고’

올해 3월 무역전쟁 발발했을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서로 피해만 입는 무역전쟁을 심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환율 정치 안보 대결로 확산하면서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을 비롯한 주요 기구들도 무역갈등이 무고한 국가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베이징의 중국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중국은 내수진작 세금감면 관세인하 등 조치로 경기부양이 가능한 반면, 미국은 물가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뉴스핌] 백진규 기자 = 량옌펀 중국 상무부 세계경제연구소 소장. 2018.10.09. bjgchina@newspim.com

량옌펀(梁艷芬) 상무부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은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로 지난해보다 14.2%포인트나 높아졌다”며 “11월부터 시행하는 1585개 품목 관세인하로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무역 불균형’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2019년부터는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충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밝혔다.

위먀오제(余渺傑)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2019년 겨울 전에 먼저 극적인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무역전쟁으로 내년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금의 2%대에서 5%까지 치솟고, 미국 농가 피해가 확산되면서 트럼프의 부담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웨이제(魏傑) 칭화대학교 교수 역시 “과도한 시장 불안은 기우”라며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성장에 주는 영향은 0.2~0.5%P 정도라고 계산했다.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6.0%까지 하락하더라도 심대한 타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JP모간 등 해외 기관들이 중국 성장률 1.0~1.3%P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중국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버티기 싸움’이며, 대(對)미 수출액이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뉴스핌] 백진규 기자 = 베이징대학교 서문. 2018.10.10.

◆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한 중국 당국 대응책 미흡’ 의견도

베이징 주재 한국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중국이 내놓은 내수진작 효과도 불확실한데다, 무역전쟁으로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희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은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다’라고 밝혔을 정도니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큰 충격을 주기는 힘들기 때문에 미국이 손쉽게 꺼낼 수 있는 무역 카드를 택했다”며 “미국 통상적자의 60%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명분도 확실한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및 지적재산권 침해를 공격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은 미국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례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단기간에 협상 성과를 얻으려 할 필요 없다는 신중론을 내세우며 일치단결된 중국의 힘을 강조했다.

이명희 소장은 “개혁개방 40년간 공산당 통치 하에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어 왔고, 지도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다”며 “미국의 위협에 쉽게 굴복할 중국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무역전쟁 낙관론도 위험하다면서 먼저 금융경제 위축을 지적했다. 올해 ▲MSCI신흥지수 A주 편입 ▲후강퉁 선강퉁 거래규모 확대 ▲유동성 공급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A주 증시는 폭락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당국의 부양책이 없었다면 증시는 더 빠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10월 16일 기준 상하이지수는 연초 대비 23.0% 하락했다.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비율이 8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주가 폭락은 소비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이어 “채권 위기, 부동산 버블 등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실물경제도 함께 악화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베이징=뉴스핌] 백진규 기자 = 베이징 차오양(朝阳)구에 위치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8.10.11.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사무소장은 “미중 통상분쟁과 부동산 버블 및 구조조정 등으로 수출과 소비를 통한 내수진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의 3대 분야인 부동산, 제조업, 인프라 중에서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인프라뿐이며 투자를 통한 내수진작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그는 “중국은 지난 2년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쓰고 있으며 혹시라도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빠지게 될 경우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대미 수출이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조설비 투자를 늘리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장 쉬운 경기부양책은 인프라투자 확대로, 이를 위해 채권발행을 늘리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초까지 중국이 지속해 온 디레버리징과 반대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유동성을 늘리더라도 부채위기가 더욱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절하에 따른 외자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의 현지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장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위안화 추가 절하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국은 공공연히 미국 국채를 내다팔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jgchi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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