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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한전 AMI사업 담합·구식 계량기 논란 실체는

기사등록 : 2018-10-1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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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27만원에 낙찰받은 부품이 61만원으로 2배 이상 인상
한전 "2.2~2.4배 증가사실 확인…규격 보완 과정서 가격 상승"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전력이 스마트에너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미터기(AMI) 사업이 담합 의혹과 구식 계량기 논란에 휩싸였다.

AMI사업은 한전이 실시간 전력량 검침을 위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들여 전국 2250만 가구에 보급 중인 스마트에너지 사업이다.

한전은 4차 AMI 구축사업을 거치며 현재까지 5423억원(올해 6월 기준)을 들여 약 680만 가구에 AMI 도입을 완료했다. 향후 3년간 1조원을 더 투입해 1570만호에 스마트미터를 추가로 보급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거래소, 한전KP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18.10.16 yooksa@newspim.com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7일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전 AMI 사업의 핵심 부품인 저압AMI용 데이터집중장치(DCU)와 PLC브릿지 3종 등 AMI 관련 제품 단가가 불과 2년 만에 3배나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AMI 데이터집중장치(DCU)의 경우 2016년 3개 업체가 27만원대로 낙찰 받았지만 2018년 입찰에서는 또 다른 3개 업체가 61만원대로 낙찰받았다. 

또 계기외장형 PLC모뎀도 2016년에는 5개 업체가 1만5000원 수준에서 낙찰 받았지만 2018년 입찰에서는 3개 업체가 3만2700원 가량에 낙찰받았다. 계기내장형 PLC모뎀 역시 2016년 3개 업체가 8000원대에 낙찰받았지만, 2018년에는 3개 업체가 3만3000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불과 2년 만에 2~3배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더욱이 낙찰 받은 업체 모두 특정 3개 회사가 독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 의원은 이들이 담합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울러 김 의원은 2017년과 2018년 낙찰 물량을 2016년 단가로 공급받았다면 한전으로서는 3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한전은 낙찰가가 크게 올랐음을 인정하면서도 2016년 단가계약 당시 가격은 협력사들이 처음 입찰을 위해 현저히 낮은 가격을 써낸 것이며, 이 때문에 현재 가격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기기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계약가 기준 2.2~2.4배 정도의 증가사실이 있다"면서도 "2016년 단가계약시 예정가격 대비 60% 수준으로 낙찰받았고, 이후 규격 보완 등으로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해 조사가격기준으로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전의 주장은 2년전 계약 당시 협력사들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고, 이후 성능 보완 과정에서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한전이 이들 협력사들의 담합에 어느정도 실마리를 제공해줬다고 볼 수 있다.  

가정에 설치된 AMI [사진=한국전력]

김상화 의원도 이를 지적하며 "공공기관 입찰은 보통 전년도 예가 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게 정상인데 AMI 제품은 스펙 변경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납품단가를 올려 책정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담합이 있었거나 한전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사업 시행 9년째를 맞이한 한전 AMI 구축 사업은 때아닌 구시대 유물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각 가정마다 설치 중인 AMI 성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전의 스마트미터는 통신망으로 요금정보만 수집하는 원격 검침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한전이 보급하고 있는 스마트미터는 요금 징수를 위해 사용량 정보를 한전쪽에 보내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이 없는 구식"이라며 "해외에서 스마트미터는 정보통신이 결합된 형태의 양방향 통신 기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방향 통신이 불가능하고, 요금정보만 수집하는 25년전 기술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건 사상최악의 역주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근에 보급되는 AMI 기기는 최신 모뎀이 장착된데다 양방향 통신도 가능해 단순 전기계량기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2010년 AMI 보급 당시에는 실시간 전력량 정보를 수신받는 기능에 그쳤지만 최근 도입되는 AMI는 쌍방향 통신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전력량 정보, 전압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본사에서는 임의로 계량기를 도전하는지 여부까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AMI의 날짜와 시간을 세팅할 수 있고, 검침일까지 확인할 수 있는 중앙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해 시범서비스에 들어가고, 내년초부터는 정식 오픈 할 예정"이라며 "스마트폰 어플과 해당 사이트 등에서 소비자들과 전력본사가 실시간 통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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