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CJ그룹이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대규모 승진을 통해 임원 규모를 늘린 이번 인사는, 조직 내 변화를 위한 대규모 이동 보다는 체제 안정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 등 오너일가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이번에도 미뤄진 셈이지만, CJ ENM 합병이 무사히 완료된 이후라 조직이 안정되면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삼성맨' 박근희 부회장, CJ 집안 살림 챙긴다
오너 일가 외에 CJ그룹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박근희 CJ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8월 CJ 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박 부회장은 경력 대부분을 삼성에서 보낸 이른바 ‘삼성맨’이다. 그는 일반 사원에서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삼성의 신화’라고 불리며 CJ그룹으로 이동 전 삼성생명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CJ가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후 삼성그룹 부회장을 지낸 고위직 임원이 CJ그룹으로 옮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 차례 소송전을 치룬 CJ와 삼성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이 맡아온 CJ대외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이채욱 부회장은 2013년 CJ그룹에 합류해 CJ대한통운 대표이사와 CJ 대표이사를 역임, 이재현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해오다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난 상태다.
아울러 CJ CGV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된 최병환 CJ포디플렉스 대표이사는 혁신기술 기반의 오감체험관 ‘4DX’및 다면상영관‘스크린X’사업의 경험을 살려 CGV 미래전략 수립 및 글로벌사업 내실화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희 CJ 신임 공동대표이사 [사진=CJ] |
◆ 대규모 승진 인사...신임 임원 35명 배출
CJ그룹은 CJ주식회사 최은석 경영전략 총괄(51), 강호성 법무실장(54)을 각각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괄부사장 2명, 부사장 3명, 부사장대우 9명, 신임임원 35명 등 총 77명을 승진시키고 48명을 보직이동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CJ 임원 승진자들은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해 괄목할 성과를 창출한 사업부문에서 대거 배출된 것이 특징이다.
주력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는 부사장대우 승진자 5명, 신임임원 12명이 배출 되는 등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25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CJ ENM에서도 이성학 미디어솔루션본부장(52)이 부사장으로, 신형관 음악콘텐츠본부장(48)이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또 콘텐츠 제작, 방송기술,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임임원 5명이 배출되는 등 13명이 대거 승진했다.
여성임원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비비고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손은경 식품마케팅본부장(49), BIO기술연구소 김소영 소장(46)이 나란히 부사장대우로 승진하는 등 6명이 승진했으며 CJ제일제당 이주은 상온HMR마케팅담당(47), CJ ENM 김제현 미디어사업부문 채널사업부장(45) 등 4명의 신임임원을 배출했다. 여성 승진임원은 총 10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13%를 차지했다.
CJ는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가장 기본적 원칙에 충실하고자 한 인사”라며 “초격차 역량 기반의 독보적 1등 달성과 글로벌 가속화를 위해 조직을 혁신하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당기는 등 선제적 미래 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CJ] |
◆ 이재현 회장 장남 이선호 부장, 임원승진 명단에 부재
이번 인사에서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 등 오너일가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이번에도 미뤄진 셈이다.
이재현 CJ회장의 누나인 이 부회장은 2000년대 이후 CJ E&M과 CJ CGV 사업에 집중, 문화기업으로 변모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출국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검찰 조사결과 박 전 대통령은 영화 '광해' 등을 제작한 CJ그룹의 영화·방송사업이 좌편향됐다고 보고 조 전 수석과 공모해 이미경 부회장을 부회장직에서 사퇴시키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의 억울함이 알려지면서 이 회장이 올 연말 CJ그룹 경영에 다시 나서면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복귀설이 꾸준이 나오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아직 시점이 이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CJ ENM 합병도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조직이 안정화되면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