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7억5000만달러(8400억원) 중 절반을 집행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상황에 따라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이동걸 산은 회장, 22일 정무위 국정감사)
한국GM의 법인 분할 과정에서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은이 8100억원을 투입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기 전인 4월 말, 이미 GM의 법인 분할 의도를 GM측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GM 부평공장.[사진=한국지엠] |
이런 가운데 이동걸 회장이 한국GM 출자금 중 절반을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산은이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관측이 높다. 산은이 출자하기로 한 돈을 주지 않으면 국내에서 10년간 생산을 유지한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돈을 주고 계약을 완결하게 해야 산은에 제출한 10년 생산 계획이 유지될 것"이라면서 "국가적으로 반대하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한국GM에 지원하기로 한 8000억원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4000억원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집행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은 신설 법인을 만드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 법원에 주총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경영 판단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기각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산업은행이 국민 정서적 접근에서 부담이 되니 강수를 준비하고 면피를 준비하는 듯한 느낌이다. 해외자본을 다루는 정서적 접근이 GM 입장에서 볼 때는 감성적으로 느낄수 있다"며 "호주 경우처럼 진짜 철수하려고 하는 건지 솔직히 얘기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싸울려고만 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한국GM의 법인 신설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정부가 자칫 개입했다가 ISD(국가·투자자 간 소송) 등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산은은 주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당국에서 직접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신설법인 설립이) 경영 판단상의 문제이고 기본계약서 상에서 다뤄지지 않은 얘기다.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장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고위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GM이 10년 동안 투자를 하고 생산권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이 지난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통과시킨 연구개발(R&D) 신설법인 설립 건에 대해선 "철수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해외의 사례를 보면 법인분할을 하면서도 생산법인을 유지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며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절차적 이유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분할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GM이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걸 회장은 한국GM의 R&D 법인분할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한편 한국GM 2대주주인 산은은 한국GM이 향후 10년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8000억원을 출자하는 정상화 방안을 지난 4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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