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해 내년 국·공립유치원을 1000학급 늘리겠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500학급 신·증설 계획에서 두 배로 늘어난 셈인데 당장 정책 실효성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비리유치원을 폭로한 박용진 의원 등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립 비리유치원'과 관련해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0.25 yooksa@newspim.com |
국·공립유치원은 그간 ‘바늘구멍’으로 통했다. 워낙 들어가기가 어렵다. 학부모들이 시설·원비 차이, 운영 투명성 등에서 사립보다 국·공립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일부 지역은 입학경쟁률이 40대 1에 달한다.
이번 유치원 비리 사태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면서 국·공립으로 아이를 보내려는 학부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국·공립 입학은 더더욱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밖에 없다.
당정은 이런 학부모의 불만을 해소시키고 사립유치원 사태를 진화하고자 이번 대응책을 내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 브리핑에서 “유아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립유치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로 정부에서 즉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논란을 계기로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맞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오는 2022년까지 40% 달성을 목표로 해왔다. 그렇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비롯한 사립유치원 측의 조직적인 반발로 번번이 암초를 만났다.
교육계는 지금이 이 문제를 해결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마침 사립유치원 비리가 터지면서 정책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안선회 중부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이들이 실력행사로 나오진 못할 것이라 보는 것 같다”며 “선거도 많이 남았고 이번에야말로 국·공립유치원 확대 책을 밀어붙이려고 칼을 빼든 셈”이고 분석했다.
지역별 유아교육 격차를 해소할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은 25.5% 수준인데 이 마저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종시의 경우 국·공립 취원율이 96.2%인데 서울은 18.0%로 전국 평균을 밑돈다. 강북 지역의 경우 9.5%로 현저히 낮다.
안 교수는 “현재 사립 중심체제에서는 교육 여건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교육 여건 균등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8.10.25 yooksa@newspim.com |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현실적으로 재원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국공립 단설 유치원 한 곳을 신설하는데 약 100억원이 필요하다. 당정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영형·매입형·장기임대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책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정부가 고민해야할 점이다. 안 교수는 “국·공립을 늘린다고 해서 사립유치원 비리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사립유치원의 운영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