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반도체 칩 시장을 둘러싼 잿빛 전망이 또 나왔다.
이미 뚜렷한 약세를 보이는 칩 가격이 올해 4분기와 내년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단시일 안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으로, 뉴욕증시의 IT 섹터부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도체 칩 [사진= 로이터 뉴스핌] |
2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4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에 비해 5%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이어진 D램 가격 상승 사이클이 종료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D램 가격 하락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가격이 15~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낸드형 칩 가격에 대한 전망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약세 흐름이 뚜렷한 낸드형 메모리 칩의 가격이 내년 25~30% 급락할 것으로 D램익스체인지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모간 스탠리와 도이체방크 등 투자은행(IB) 업계가 반도체 칩 섹터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연이어 제시한 데 이어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칩 가격의 하락 및 관련 기업의 수익성 악화 경고는 과잉 설비 투자 및 이에 따른 수급 교란과 맞물려 있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IA)을 필두로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2년 사이 제품 가격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기업들은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생산 확대에 나섰다. 시장조사 업체 IC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들어 전세계 D램 업계의 자본 투자 규모는 40% 급증하며 229억달러에 달했다.
과잉 설비와 공급 확대에 따른 후폭풍이 가시화된 한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칩 수요에 흠집을 내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업체의 주가가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전세계 D램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3개 업체의 주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30% 내외로 후퇴했고, 삼성전자의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대비 기업 밸류에이션이 2.3배로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뉴욕증시의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최근 한 주 사이에만 10%에 이르는 급락을 연출했다.
반도체 종목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저가 매수에 나서기 이르다고 WSJ은 강조했다. 칩 가격의 하락이 이어지면서 기업 수익성 역시 악화될 여지가 높고, 이 때문에 주가 반등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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