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올 3분기 주요 제약사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비용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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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의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급감했다. 매출액은 3756억원으로 0.3% 줄었다.
2위 업체인 GC 녹십자의 3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GC녹십자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감소했고, 매출은 1.1% 감소한 352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비용, 기업 이미지(CI) 변경, 광고 선전비 집행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백신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동아에스티의 3분기 영업이익도 일제히 감소했다. 한미약품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2.8% 감소한 215억원을 기록했다. 일동제약의 영업이익은 38억원, 동아에스티의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각각 63.7%와 48.6%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약사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R&D 비용 증가와 시장 경쟁 심화를 꼽는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3분기 R&D 비용은 2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다. GC녹십자와 동아에스티의 R&D 비용은 각각 11.8%와 7.1% 늘었다. 한미약품의 R&D 비용은 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 세계 C형 간염 치료제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출이 감소했고,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회사는 현재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 등에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쟁 약들이 늘어나면서 소발디와 하보니의 매출이 감소했다.
GC녹십자의 경우 외부 도입 백신 상품 판매가 공급 지연과 경쟁품 등장 탓에 저조했다.
다만 보령제약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증가한 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24% 증가한 1215억원으로 집계됐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유통 제고 조정과 마케팅 비용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저조했다"며 "올 3분기 실적은 기저효과와 카나브 제품군 매출 성장에 힘입어 증가했다"고 말했다.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의 3분기 매출은 144억원으로 40% 늘어났다.
대부분 제약사의 실적이 미끄러졌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 R&D 비용 증가인 데다, 매출 감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대다수 기업이 R&D비용을 증액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하락하거나 성장률이 둔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비 증액은 미래 가치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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