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글로벌

[전문가 진단] 美, 남북관계 과속 논란 속 대북제재 압박 '우려'

기사등록 : 2018-11-01 06:1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방북 기업인 압박·워킹그룹, 韓·美 인식 차이 확연"
"韓,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 보여줬다고 판단"
"美, 구체적 조치 보여줄 때까지 제재 완화 거론도 안해"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주한 미국 대사관이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했던 4대 대기업에 직접 연락을 취해 대북 경제협력 등을 문의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20~21일 국내 7개 은행에게 대북제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는 등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남북 간 경협을 막고 대북제재 고삐를 더욱 죄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남북관계 과속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9월 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해 있다. 

◆ 주한 美대사관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할 수밖에”

청와대와 외교부, 정계 등에 따르면 최근 주한 미국 대사관은 4대 대기업 관련 담당자들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은 방북 당시 북한과 경협을 약속했는지를 비롯해 향후 구상까지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기업들한테 상당한 질문과 함께 답변을 요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렇다", "아니다"는 언급을 하지 않고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임을 방증하는 답변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만들어진 한미간 사전 조율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정부는 긴밀한 소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경고·견제 차원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워킹그룹 구상을) 우리가 먼저 시작하자고 얘기했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본격화되면 이런 협의 체제가 있지 않으면 한국의 입장을 미국에 전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한미 공조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며 “(미국의 우회적인) 압박은 전혀 아니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 조성렬 “韓 패싱? 말도 안돼…워킹그룹, 북미고위급회담 이후 대비용”

대북 전문가들은 한미간 불협화음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 “일희일비(一喜一悲)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우려된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은 남북경협에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미국 입장에서도 향후 포괄적인 한반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북제재를 풀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이고, 만약 제재를 완화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등 전반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이라며 “다양한 내용을 파악하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 패싱’ 지적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북미 간에도 아직 가동이 안됐지만 워킹그룹이 있다. 한미 간에만 없다면 북미, 남북이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될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1월 9일로 점쳐지는 북미고위급회담에서 포괄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본격적인 (비핵화) 이행 과정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워킹그룹은 이런 수순을 조율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10.30 leehs@newspim.com

◆ 조진구 “콘퍼런스콜, 한미 인식 차이 있는 것”…차두현 “워킹그룹, 우회적인 메시지”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콘퍼런스콜에 거론된) 기업들은 지금 굉장히 난처할 것“이라며 ”결국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보여줄 때까지 제재를 조금도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한국이 제재 완화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니까 고삐를 늦추지 못하게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한테 하고자 하는 것을 기업을 통해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콘퍼런스콜은 정보공유 차원”이라며 “아무래도 직접 갔다온 기업인들에게 듣는 게 맞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정보 공유에 대해서 혹시라도 한미 간 추가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게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워킹그룹’과 관련, “한미간 대북 정책조율 기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 와서 다시 강조되고,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역으로 조율이 안돼 왔다는 인식이 깔려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미국은 양측의 인식 차이를 빨리 조정하지 않으면 대북협상에서 ‘미국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