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자유를 찾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 올해 들어 미국이 '이민자들의 나라'로 불리던 시절은 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 이민 정책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는 가운데, 미 연방기관인 이민서비스국(USCIS)도 이제 더이상 적극적으로 이민자들을 환영하지 않아서다.
과테말라에서 멕시코 국경으로 행진 중인 캐러밴(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 행렬).[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는 '출생시민권'이 말도 안 된다며 행정명령으로 이 제도를 폐기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앵커베이비(닻을 정박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아기)'를 겨냥한 이 발언은 미 수정헌법 14조 내용과 대립해 대법원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전에도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 조치들을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미국 내에 들어오거나 남아있는 미성년자의 국외추방을 유예하는 이민법 제도인 다카(DACA) 폐기를 주장했고, 이밖에도 미-멕시코 국경벽 설치, 불법 이민 자녀 격리 수용 등 그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관용을 용납치 않았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어 귀화하려는 이민자의 수속을 처리하는 미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은 지난 2월, 조직 강령에서 '이민자들의 나라(nation of immigrants)'란 문구를 삭제했다. "이민자들의 나라로서 미국의 약속을 보장한다"란 내용 대신 "국가의 합법적인 이민 제도를 관장한다"로 바꼈다. 이제 합법적인 이민 절차도 사실상 까다로워 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시민권 취득에 걸리는 시간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AP통신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민권 취득 절차 기간은 늘어가고 있는데, 평균 6개월 정도 걸리던 시간이 최소 10개월에서 2년 4개월로 늘었다. USCIS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 및 취득까지 걸리는 최소 시간은 10개월이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신청 뒤 인터뷰 날짜까지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영주권을 취득해 미국에 몇년 거주한 사람들도 예외는 없다.
오는 4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난 31일, 트위터에 올린 글. 첨부된 영상에는 2014년, 캘리포니아주 사크라멘토시에서 총기 살해 용의자 루이스 브라카몬테스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불법 이민자로, 사건 당시 총을 쏴 보안관 두 명을 살해했다. [사진=트위터] |
미국은 왜 문단속을 시작한 걸까. 올해 뉴욕 주요 증시는 수십 차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에 경제성장률도 최고다. 동시에 미국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제 충격에서 회복된지 이제 겨우 2년째다. 이 사이에 일자리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임금도 인상됐지만 장기적인 소득 침체에서 벗어나기엔 임금 인상폭은 너무 적고, 소비물가는 아직 너무 높다.
악시오스가 경제학자 다수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근 10년간 임금 인상률 둔화로 많은 국민들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3분기(7~9월) 임금 및 급여는 지난해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는 물가상승률 2.5%보다 크지만 여전히 많지 않다고 꼬집는다. 미 예산 및 정책 우선순위센터(CBPP)의 조 바이든 연구위원은 "몇 분기 좋은 지표가 수 년간의 경기 침체를 보상해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2016년 대선 출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갓 경기불황에서 벗어난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파악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미국 제조·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중남미 계층이 국민들의 일자리를 뺏고, 높은 범죄율은 불법 이민자들이 총기를 소지해서라는 그의 주장은 통했다. 결국, 경기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이민자들을 포용하기 보단 자신의 안전과 이익이 먼저라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주된 요인이며 '스케이프고트(scape goat·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겨냥해 불특정 다수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희생양)'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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