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국내에 출시 된지 1년 5개월째를 맞았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출시 이후 국내 전체 담배 시장점유율 9%대를 차지하는 등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지만, 여전히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1일 대한금연학회는 “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가 일반 궐련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를 일반 궐련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해야 하며 필립모리스는 대국민사과와 모든 담배 제조와 판매를 중지하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어 금연학회는 “필립모리스사는 그들이 생산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독성성분을 90%나 낮추었으니 덜 해롭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열 담배 제품이 기존 궐련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 미국선 FDA 승인 필수, 우리나라는 담배가격 신고면 판매 가능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사진=한국필립모리스] |
실제 한국필립모리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위험저감담배제품(MRTP) 승인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이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승인 받지 못했다. 이에 글로벌 본사인 필립모리스의 모태이자 주력 판매 국가인 미국 시장에서는 아직도 아이코스를 팔지 못하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 담배를 판매하려면 허가 기관인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에 대한 유해성 저감 효과를 내세우고 있어 MRTP 승인이 필수적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담배 허가에 대한 권한을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다. 사실상 담배가격을 신고만하면 별도의 승인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최근 아이코스 신제품 2종을 한국과 일본에서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6월 아이코스를 공식 출시하면서 매출액 8382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23%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6월 아이코스 출시 후 1년 만인 올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7.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탓에 미국에서 팔지 못하는 제품을 국내서 덜 유해하다며 판매를 늘리면서 임상시험장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FDA 담배제품과학자문위원회(TPSAC)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담배 관련 질병 위험을 낮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필립모리스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의 암 발생에 대한 연구 결과' 등 실험과 임상시험 자료를 추가 제출한 상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
이와 관련 지난 16일 열린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정작 미국에서는 허가도 안 된 궐련형 전자담배를 우리나라에서는 판매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담배 허가는 사실상 담배 가격 신고제일 정도로 허술하다. 담배 사업법과 관련해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필립모리스 측은 정부의 일반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동일 적용 움직임에 대해 소비자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생산 제조원가는 일반 담배보다 훨씬 높다. 그런 측면에서 (일반담배와)세금의 동일 적용은 결국 담배 소비자들에게 가장 해로운 형태인 궐련 담배를 더욱 권하는 정책이 되는 것"이라며 "유해성 연구 결과를 밝히면 이를 정부에서 검증을 거쳐 세금정책을 세우는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