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민주당의 하원 장악·공화당의 상원 수성' 구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정책을 승인하는 의회가 그야말로 '교착'에 빠지는 경우기 때문이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보도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대체 협정 승인, 이민 강경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추가 감세안은 상원 투표만 남겨두고 있지만 부결될 확률이 높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 무역
행정부가 공들였던 나프타 대체 협정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의회 승인이 복잡해질 수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했기 때문에 USMCA의 최종 통과는 보장된 상황이지만 민주당이 노동자에 유리한 조항을 요구할 공산이 커 하원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 강경 무역정책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권 도용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강경 정책은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데다 '중국제조 2025' 등 중국의 기술 굴기가 안보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민
공화당 온건파 진영과 민주당은 올해 초 '드리머(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청소년)' 보호 법안 통과를 위해 의기투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 지위를 획득하면 드리머 보호 법안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법안에 최종 서명할지는 알 수 없다.
◆ 경제
새 감세안 추진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말 하원은 올해 시행된 1조5000억달러 규모 감세안에서 개인소득세 감면을 영구화하는 내용이 담긴 추가 감세 법안을 의결했다. 상원 투표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만큼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더라도 새 감세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연방의회 조세공동위원회에 따르면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내려 2025년 만료되도록 한 개인소득세 감면을 영구화할 경우 재정적자는 2019년까지 6300억달러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가 교착 상황에 빠지면 공화당의 비(非)국방 지출 개혁안 추진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 외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뚜렷한 결실이 없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원하는 북한에도 민주당의 하원 장악은 원치 않는 그림이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승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이 유지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이 밖에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수사와 대러시아 제재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인 피살 사태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사우디에도 강경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사우디와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 보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공화당이 추진했던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정책)' 개혁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확률이 높다. 오바마케어는 값비싼 보험료 부담 때문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소득 별로 보험료를 지원해주고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가 국가 재정을 지나치게 갉아먹는다며 개혁안을 추진했다. 당초 폐지안까지 추진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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