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를 신경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의 긴장관계 완화를 위해 터키가 취한 일련의 노력과 상반되는 도발적인 어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의 총회 후 미국의 제재가 세계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자을 만나 “우리는 제국주의자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으며, 그러한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이란산 천연가스 수입 없이 터키가 겨울을 날 수 없다면서 “국민들이 추위에 얼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터키는 이란산 원유 및 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으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절반, 수입 천연가스의 5분의 1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터키에 구금됐던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이 지난달 석방된 후, 터키가 미국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온 것과 대조적인 태도다.
앞서 미국과 터키는 브런슨 목사 석방을 계기로 외교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결정적 계기로 관계를 개선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터키가 사우디에 영향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이 터키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던 터였다고 터키 관리들은 설명했다. 지난주 미국은 브런슨 목사 구금건으로 단행한 터키 관리 2명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고, 이에 터키는 유사 보복조치를 해제하는 등 해빙 무드가 고조되는 듯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여전히 시리아를 둘러싼 전략 차, 터키의 러시아 미사일시스템 도입 등 여러 사안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 차원에서 프랑스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원유 금수를 골자로 한 대이란 2차 제재를 발동했다. 이날 국무부는 지난 5일 터키를 포함해 한국, 중국, 인도, 그리스, 일본, 대만 등 8개국을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 예외국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터키 관리들은 외교관계에서 보상으로 얻은 면제국 지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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