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최근 '교체설'로 시달리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을 풍경이 참 무심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점심 식사 후 산책하며 느낀 생각을 적은 것이지만 최근 '사의'를 밝힌 터라 청와대와 국회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 국회에서 오찬 후 산책하며 답답했던 심경 담아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오늘(6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예결위원장 주최로 예결위원과 국무위원 오찬이 국회 사랑채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찬 때 마침 옆에 앉았던 외교부 장관과 가볍게 산책을 하며 최근 한미 관계를 포함한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후 국회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동연 부총리 페이스북] |
김 부총리는 "경내 노점 커피숍에서 산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가까이 나눈 제법 무거운 대화 주제와는 달리 형형색색 낙엽이 흐드러진 가을 풍경이 참 무심하게 느껴졌다"며 최근 심경을 그렸다.
사진 속 김 부총리는 국회 도서관 앞으로 보이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강경화 장관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밝게 웃고 있었지만 그의 글은 무겁고 불편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치권에서 줄곧 제기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엇박자' 논란으로 인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고 최근 청와대발 교체설까지 나오면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의 글에 수많은 지인들이 따뜻한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한 페이스북 친구는 "국회의원들의 도에 넘는 질문에도 의연하게 대처 하는 모습, 응원합니다"라고 격려했다.
◆ 교체설 속 '사이다 발언'…관가 '할 말 했다' 지지
지인들의 응원의 힘일까, 사의를 밝힌 뒤 마음을 비워서일까 김 부총리는 7일 국회 예결위에 참석해 평소와 달리 "지금은 경제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튿날 야당 의원이 발언 취지를 묻자 "규제개혁 입법이나 경제구조개혁 입법 등 외람된 말이지만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경제에서 만큼은 여야 간 이념 논쟁, 프레임 논쟁에서 벗어나 과감히 책임 있는 결정이 빨리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국회의 게으름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에서 만큼은 경제 연정, 격렬한 토론을 해서라도 우리 경제가 나갈 길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노동개혁을 포함해서 여야 간 주제를 테이블에 올리고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앞길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2018.11.06 yooksa@newspim.com |
사뭇 정중한 표현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췄지만 '국회가 정부를 지적하기 전에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 할 일을 먼저 똑바로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의 소신 발언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에 올린 "형형색색 낙엽이 흐드러진 가을 풍경이 참 무심하다"는 표현도 우리 국회의 현 주소를 빗댄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가에서도 김 부총리의 '사이다 발언'에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혁 법안이 대부분 국회에서 계류된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현안과제보다는 다분히 이념적인 대립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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