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4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9월 푸틴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이 평화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이후 갖는 첫 회담이다. 푸틴 대통령의 당시 제안에 대해 일본은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한 뒤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해 응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종래 입장대로 협상하는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열린 러일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9월 12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제조건을 붙이지 않고 연말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자"며 "다툼이 있는 문제는 조약을 체결한 뒤 해결하는 건 어떤가"하고 아베 총리에 제안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전에 듣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영토협상을 협상 테이블에 두지 말자는 전제에 대해 일본 측은 곤혹스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10월 18일 소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도 같은 제안을 꺼냈다. 그는 영토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평화조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행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조약 체결 후 영토문제를 협상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10월 31일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북방영토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 방침 하에서 계속해서 끈질기게 대응하겠다"며 정부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외무성 관계자 역시 "국경을 획정하지 않는 평화조약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한 외무성 간부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이미 끝난 이야기"라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이미 전달했기에 이번 회담에서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종래 방식대로 협상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에도 "그것(종래 방식)도 좋지만 70년이나 계속 되고 있다"며 "끝이 안보일 거 같다"고 말한 바 있다.
◆ 공동경제활동도 난항…"이번 회담서 영토문제 결단내려야"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러일 양국이 영토문제와 평화조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무성 국장 출신인 도고 가즈히코(東郷和彦) 교토산업대(京都産業大)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할 마음이 있으면 확실히 하자'라는 뜻"이라며 "러일 양국은 '새로운 어프로치'를 꺼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된 건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어프로치라는 건 지난 2016년 두 정상이 회담에서 발표한 '북방영토 공동경제활동 협의 개시' 성명을 뜻한다. 양국은 지난 9월 정상회담서도 해산물 양식이나 온실채소 재배 등 5개의 사업에 대한 로드맵 내용을 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공동경제활동에 대해 "러시아와 일본이 함께 북방영토의 미래상을 그리고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다. 아사히신문은 양국이 서로의 법적 입장을 해치지 않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이때문에 되레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아베 총리도 지난 9월 "(공동경제활동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고, 푸틴 대통령 역시 10월 "좋은 방안이지만 정말 조금씩 밖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도고 교수는 양국 간 영토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번 회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푸틴 대통령은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일본이 결단해야 할 방향은 '2섬+a'"라고 했다.
1956년 일·소 공동선언 당시 소련은 일본에 하보마이(歯舞) 군도와 시코탄(色丹)섬을 양도하겠다고 제의했었다. 하지만 1960년 일본이 미국과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하자 거세게 반발하면서 양도제의를 철회한 바 있다. 도고 교수가 말하는 2개의 섬은 북방영토 4도(島)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뜻한다.
그는 "여기서 일본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일본은 결정력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이며, 이 기회를 놓치면 반 영구적으로 협상의 창은 닫힐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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