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산업

이중근·이호진·이재용 ‘회장님’ 선고 때마다 ‘유전무죄’ 논란

기사등록 : 2018-11-13 16:48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이중근 보석금 20억원 내고 석방 13일 1심서 5년 선고
이호진 병보석으로 7년간 불구속..술·담배가 치료제?
이재용 2심서 37억원 뇌물공여 인정..집행유예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재벌 총수 등에 대한 법원의 선고 때마다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논란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보석으로 풀려나는가 하면, 법원이 1심에서 징역형을 내리더라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다는 의미인 ‘재벌 3·5법칙’도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은 수십·수백억에 달하는 수임료로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그들에 대한 판결을 두고 법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주저앉을대로 추락한 후진국과 다를 게 없다는 속내로 읽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해야 할 사법부가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오히려 위법 행위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낯 뜨거운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사건 수혜자일뿐아니라 임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뒤늦게라도 책임의 무거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보이지 않고 수사에서부터 법정까지 책임을 실무자들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가, 5월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금 20억원을 내고 석방됐다. 당시 검찰은 의사 출신의 검사를 통해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 구속 재판에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으나 법원이 보석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선고 뒤에도 보석 상태는 유지된다. 

왼쪽부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핌DB]

이와 함께 회삿돈 400여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됐으나 병보석으로 8년 동안 단 63일을 수감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주거지와 병원만 갈 수 있는 집행 명령을 어기고, 서울 홍대입구 등에 술 마시며 흡연하는 모습이 포착, 여러 채널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이 전 회장의 전 운전기사가 이 같은 사실을 언론을 통해 밝힌 만큼, 법원 또는 검찰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도, 법원과 검찰은 조용하다. 법원이 직권으로 병보석을 정지시키든지, 검찰이 조사에 나서야지만 안 하고 있다.

다만, 최근 참여연대 등 10개의 시민단체가 이 전 회장을 구속시켜야 한다며 강하게 들고 일어나 당국의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는 등 방법으로 회삿돈 400여억을 횡령하고 법인세를 정상 납부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파기환송 뒤, 2심 재판부는 형을 감형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지난달 25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건을 재차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단은 지난 7년 7개월간 소송 기간 중 한 번도 제기하지 않았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자, 대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1심 보다 낮은 형량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이 같이 선고하면서 1심 판결의 상당 부분을 무죄로 봤다. 재판 쟁점인 묵시적·명시적 청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지원한 37억원에 대해선 뇌물로 봤다.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주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면, ‘누군가에 돈을 먹일 만 하다’는 자조적 상상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뇌물공여 기본 형량은 2년6월~3년6월로, 이 부회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집행유예 기준 중 주요 긍정적 참작사유는 △뇌물액 1000만원 미만 △소극 가담(상사의 지시 등)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현저한 개전의 정(자수. 자백, 내부비리 고발 등)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2심 재판부가 인정한 37억원의 뇌물액 규모와 삼성에서 이 부회장의 위치, 그리고 혐의를 부인한 점을 고려하면 집행유예의 긍정적 참작 요소가 되느냐는 의심을 숨기지 않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재벌 3·5법칙’에 해당된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70억원 뇌물을 건네고, 계열사 끼워넣기 등 방법으로 회사에 13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구속됐으나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peoplekim@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