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아영 기자 =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허영호(25)씨는 온라인쇼핑몰에서 가습기를 구매했다. 지난 5일 상품이 출고됐다는 연락을 받고 택배 배송을 기다렸지만, 사흘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허씨가 배송현황을 조회해보니 상품은 출고 당일 이천서브터미널에 도착한 뒤 이동이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현재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의 물량 증가로 분류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허씨는 "보통 상품이 출고됐다고 연락이 오면 2~3일 후에는 택배가 도착했다"며 "배송만 기다리고 있자니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 [사진=CJ대한통운] |
연말을 앞두고 성수기를 맞은 택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의 가동 중단으로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터미널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연말 '택배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은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약 2주째 가동이 중단돼 일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분류작업장 근로자 사망사고로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전허브터미널은 CJ대한통운 전체 물량 중 30%를 담당하는 주요 시설이다. 대전터미널이 멈추며 전국 곳곳에서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오는 30일까지 개인택배 예약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배송 지연 발생으로 일부 대리점 및 택배기사들은 부패가 우려되는 식품의 집화를 중단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대전허브터미널 물량을 곤지암, 옥천 허브터미널 등에서 대체 처리하고 있다. 원래 허브터미널은 야간에 작업하지만 물량 처리를 위해 주간에도 가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타 터미널의 기존 물량, 인력 등의 문제로 대전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CJ대한통운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750만상자가 입고됐지만 주간가동으로 최대 600만 박스를 처리하고 150만 박스는 잔류 상태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전허브터미널의 가동 중단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노동청의 작업중지 처분 해지는 CJ대한통운이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면 이에 대한 노동청의 검토 후에 이뤄지게 된다. 노동청은 이달 29일까지 대전허브터미널에 대해 특별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국내 택배사 중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의 배송에 문제가 지속될 경우 물량이 몰리는 연말 택배대란이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 3분기 물량 기준 48.8%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 한진 등 타사에서도 물량이 증가하는 시기로 유입 물량을 처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월부터 농산물 수확 등으로 각사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CJ대한통운 사태로 인한 추가 유입 물량을 타사에서 소화할 수 없다"며 "자체 물량을 소화하는 게 우선이고, 시장의 안정화가 되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철저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점검 결과에 따라 추가 보완책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대전허브터미널 이외의 다른 허브터미널을 최대한 가동하는 등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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