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아름다운 시어와 음악의 만남. 뮤지컬 '랭보'는 천재 시인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박영수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티오엠1관에서 열린 뮤지컬 랭보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11.13 leehs@newspim.com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1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랭보' 프레스콜은 한중일 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답게 국내 제작진과 배우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아뮤즈 코리아, 중국의 해소문화 대표와 중국 배우들이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뮤지컬 '랭보'는 공연제작사 라이브㈜와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공동제작하는 작품으로, 2016년부터 기획돼 '2017 공연예술창작 산실 올해의 신작 쇼케이스 선정작'으로 선정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공동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오는 12월 상하이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 주요 도시 투어도 예정돼 있다.
제작사 라이브㈜ 강병원 대표는 "일본의 아뮤즈코리아와 오리지널 공연을 두 번한 경험이 있고, 중국 해소문화와도 '쉼 없는 애수'를 함께 만든 적이 있다. 3년 전에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사업을 통해 두 분과 인연을 맺었다. 일본과 함께 '랭보'를 기획개발하고, 중국과 합작공연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김종구(왼쪽)와 윤소호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티오엠1관에서 열린 뮤지컬 랭보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11.13 leehs@newspim.com |
해소문화 왕해소 대표는 "랭보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마니아 팬이 많은 인물이다. 2016년부터 작품을 논의하고 쇼케이스 과정도 봤다. 완성도도 좋고 매력적인,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노래를 중국어로 표현했을 때도 굉장히 감미롭고 전혀 어색하지 않다. 중국 관객들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근 중국에서 남자 배우 2명이 나오는 소극장 작품이 많았다. 이 작품은 3명이 나온다. 관객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아뮤즈 코리아 오덕주 이사는 "3년 전에 일본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라이선스 공연을 했다. 또 일본에서 '쓰릴 미' 공연을 할 때 마지막에는 김무열 배우가 와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같은 콘텐츠를 개발해도 괜찮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며 "'랭보'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광고나 배우들을 통해 나름 이슈가 많았다.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인물의 생애에 호기심이 생겨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와 기획, 개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이해만 이사는 "원아시아를 넘어 오프브로드웨이도 가고 싶고 웨스트엔드도 가고 싶다. 실제로 뮤지컬 '인터뷰'가 오프브로드웨이를 간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한중일이 함께 제작해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작은 바람으로 공동 제작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손승원(앞)과 김종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티오엠1관에서 열린 뮤지컬 랭보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11.13 leehs@newspim.com |
작품은 '시인의 왕'이라 불린 '베를렌느'와 '랭보'의 어릴 적 친구 '들라에'가 '랭보'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그들의 기억 속 '랭보'의 이야기를 전한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영혼을 채워줄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또 '랭보'와 '베를렌느'의 명시로 만들어진 대사와 넘버도 빼놓을 수 없다.
윤희경 작가는 "처음 작품 제의를 받고 시를 열심히 공부했다. 어렵다기보다는 제가 평생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싶은 시어들이 줄줄 나와서 제 마음대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처럼 즐겁게 작업했다"며 "실화랑 가장 다른 부분은 일기장이다. 실제로 랭보의 일기장은 없지만, 작품에서는 들라에와 베를렌느가 일기장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꾸몄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도 랭보와 베를렌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공연은 시인으로서의 삶에 더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만찬홍 작곡가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시를 바탕으로 가사를 표현할 때 조금은 더 쉽게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곡으로 만들 때는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해야했다. 시를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었는데 분석하느라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시의 매력에 매료된 것 같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시의 느낌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 '랭보' 역은 배우 박영수, 정동화, 손승원, 윤소호가 맡는다. 그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동경했던 '베를렌느' 역은 배우 에녹, 김종구, 정상윤이 캐스팅됐다. 랭보의 친구이자 베를렌느와 만나게 해준 '들라에' 역은 배우 이용규, 정휘, 강은일이 연기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우 강은일(위)과 정동화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티오엠1관에서 열린 뮤지컬 랭보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11.13 leehs@newspim.com |
배우 정동화는 "모든 배우들에게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고 있다. (박)영수 형은 퓨어하다. 맑고 동안인데, 보기와 다르게 엄청난 방랑자의 말도 있더라. 랭보의 거침없는 뜨거운 마음을 표현한다. (손)승원은 곱상하고 잘생겼다. 모든 배우가 그랬겠지만 가장 많은 고민과 여러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다. 대본이 덜 나온 상태에서도 다 외울 정도였다. (윤)소호는 등장하자마자 랭보였다. 실력도 좋지만 비주얼이 그 자체다. 디카프리오(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랭보' 역을 맡은 배우)가 아니라 소카프리오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우 에녹은 "두 시인과 평범한 한 인물을 통해 그 시대의 가장 치열함, 처절함을 볼 수 있다. 공연을 통해 두 사람의 치열함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찝찝하거나 힘들다기보다 스스로 나태했던 삶을 반성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은 중국 배우들이 중국어로 '하얀 배' 넘버 시연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랭보' 역을 맡은 취이, 자오첸과 '베를렌느' 역을 맡은 손도얼 배우는 한국에서 함께 연습하며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자오첸 배우는 "한국 대학로의 분위기, 예술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좋다. 대학로에서 연습 중이라 수시로 '랭보'를 보러 왔다. 네 명의 '랭보'를 다 봤는데 각기 다른 특징, 장점들이 있어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한국 배우들과 많이 교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13일 서울 동숭동 티오엠1관에서 열린 뮤지컬 ‘랭보’의 프레스콜에서 중국배우 취이(랭보 역)와 손도얼(베를렌느 역)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8.11.13 pangbin@newspim.com |
손도얼 배우는 "몇 년동안 중국 소극장 뮤지컬에서 한국 작품들이 많았다. 왕해소 대표가 수입했던 '쓰릴미'를 같이 하기도 했다. 이번처럼 중국 배우들이 한국에 와서 연습하는 건 처음이다. 이번을 계기로 더 직관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 전 한국 작품들이 중국 관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이번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연출을 맡은 성종완은 "랭보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관객들이 메시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랭보는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려 했지만 사실 인생 자체가 미지의 세계다. 누군가에게는 사랑 이야기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시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더 큰 인생 이야기"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뮤지컬 '랭보'는 오는 2019년 1월13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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